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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는 현장 혼란 최소화로 중대재해법 연착륙 시켜야

적용 제외·유예 사각지대 대책 필요, 경영 힘든 중소기업 지원방안 절실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2022.01.25 19:59
내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안전·보건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업체의 최고경영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이다. 우선 시행대상은 50인 이상 사업장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되고,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이 2년 후로 미뤄진 문제점은 있지만,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 건 주목할 만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은 경영 부담 등 부작용을 우려하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서 보듯 산재 안전불감증은 더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안전불감증과 후진적 안전관리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적폐”라는 김부겸 국무총리의 말은 지당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산재공화국’ 오명 탈피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올해 산재 사망자를 700명 초반대로 줄이겠다고 했다. 목표를 달성하면 산재 사망자를 지난해(828명)보다 100여 명 감축할 수 있다. 하지만 법 적용 제외·유예 사업장이 많아 성취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의 80.7%(668명)가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어서다. 지난 24일 울산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숨지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임박했는데도 산재 사망사고는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회사를 법 적용 제외·유예 규모로 쪼개 재편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가뜩이나 하도급, 재하도급 등으로 일을 하향 외주하면서 안전이 부실해질 대로 부실해진 마당이다. 법적 사각지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재정 부담이 가장 큰 애로다. 다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부도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안전관리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공기업과 사기업을 막론하고 현장 조사 등 안전관리에 드는 비용을 하도급 공사대금에 산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원청업체의 지시를 받아 작업하는 형편에 독자적으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기도 어렵다. 법과 현장의 괴리를 주장하는 이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32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3.7%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전관리비용의 공사대금 미반영 문제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하도급을 거듭하면서 발주비용이 줄어 공사와 안전이 부실해지는 건 익히 알려진 고질적 병폐가 아닌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0년 7월 195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1964년 UNCTAD 설립 이후 첫 사례다. 하지만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산재만 놓고 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오죽하면 김 총리가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영국에 비해 산재사망률이 15배나 높다”고 통탄했겠는가. 산재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자신 있게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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