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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코로나와 사투, 여행인들에 응원을 /손민수

힘들지만 달리고 또 달려 팬데믹 극복 위해 스킬업
음식 섭취·응원에 힘 얻듯 현장중심 정책 도움 필요
손민수 부산 여행특공대 대표 | 2022.01.25 20:01
‘빰 빠라밤’ 짧은 팡파르가 울리고, “목표지점에 도달했습니다”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정지 버튼을 겨우 눌렀다. 스마트폰 화면 트로피 그림 위로 폭죽이 터지고 거리 30.01㎞, 소요시간 03:08:12, 평균속도 06′16″/㎞가 표시됐다.

필자는 마라토너가 아니다. 2020년 4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한 초보 러너다. 매회 10㎞를 달리는 중이고 20㎞는 4번 도전해서 3번 성공한 수준이다. 2022년 새해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30㎞ 달리기였는데 금일 도전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손쉬운 성공은 아니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하루에 30㎞를 걸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더구나 평균속도 6분 16초로 ‘뛰어서’ 30㎞를 완주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15㎞ 구간을 지나 27㎞ 구간까지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장거리 달리기 도중 느껴지는 희열로 몸이 날아갈 것 같은 상태)였을까? 일종의 무아지경과 같은 상태에서 아무 생각과 고통 없이 발만 보며 달렸다. 27㎞ 구간을 지나면서 갑자기 사람들이 늘어나 피하며 달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그 순간부터 무아지경은 깨지고 앞사람을 피하면서 내딛는 발목과 종아리로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고통은 무릎을 지나 금세 허벅지로 오르더니 어느새 허리까지 도달했다. 양팔의 관절과 어깨도 끊어질 듯 덜렁거리는 느낌만 남았다. 온몸의 힘은 다 빠져있었고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초극한의 상황에서 내가 지금 달리고 있는지 걷고 있는지 하물며 어디에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환희에서 나를 밀어낸 고통은 대신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을 밀어 넣었다. ‘그만 달리자’, ‘여기까지 달린 것도 대단하다’, ‘다음에 도전해도 되는데’, ‘내일 중요한 약속도 있는데 어떡하지’ 등등 계속되는 생각은 오로지 달리기를 멈추자는 것이었다.

2020년 1월 20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날이다.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신종 바이러스’와 관련된 뉴스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지만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에서 갑자기 사람이 쓰러지는 영상이 나돌고 좋지 않은 소문들이 퍼지면서 마음속에 공포가 싹트기 시작했다. ‘몇 번’ 확진자라는 용어와 확진자 동선이 연일 보도되고 확진자 수가 증가할 때마다 공포는 커져만 갔다. 그리고 2월 말. 대구 신천지 교인의 확진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공포는 극에 달했다.

사무실의 전화기가 종일 울려댔다. 그렇게 울려대던 겨울 여행 성수기의 마지막 피날레는 모두 예약 취소 전화였다. 그리고 3월이 되면서 전화기는 거짓말처럼 더는 울리지 않았다. 당연했다. 더는 취소할 예약이 없었다. 예약관리 페이지에 남은 예약자는 오로지 ‘TEST’가 다였다.

2013년부터 ‘부산사람도 모르는 부산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근현대 사건들을 거치며 부산으로 이주해온 부산사람들의 삶을 여행으로 풀어내고, 스토리텔링 투어로 상품화하며 시작했던 필자의 ‘여행업’은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산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 해운대·광안리·태종대를 절대 가지 않는 여행사, 산복도로투어 선구자, 1600여 개 부산의 여행사 중 유일한 회사라는 등 다양한 수식어도 다 필요 없었다. 그냥 사람이 모이면 안 되는 것이었다.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은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2003년 여행업 입문 이후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하루하루가 그냥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고정경비는 그대로였지만 예약은 없었고 매일매일 그냥 화가 났다. 6년여를 적자에 허덕이다 2019년 10월을 넘기며 겨우 흑자전환을 이루었고 2020년 초에 100팀이 넘는 예약을 받아놓은 상태였는데…, 2019년도의 연말 회식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는데….

달리고 또 달렸다. 쓰러지면 일어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달리고 또 달렸다. 직원들의 얼굴과 가족들의 얼굴, 어렵게 버텨냈던 순간들이 내 앞에 놓여있었다. 내가 품어야 하는 사명이기에 결코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길 위에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이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인지 3년 차. 올해는 이 지루하고 괴롭고 매번 화나는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여전히 예측불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목표거리를 늘려가며 새로운 경험과 스킬이 생기듯이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스킬업이 되어야 한다. 다만 장거리 중간에 물과 에너지를 공급받고 누군가의 응원에 힘을 얻듯이 관심과 응원이 더 필요하다. 단순 제스처와 퍼포먼스가 아니라 여행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귀를 열고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정책적 도움도 필요하다.

오늘도 내일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 여행인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어린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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