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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위기에 빠진 한국재정 /이승철

이승철 한국자금중개 사장 | 2022.01.25 19:58
재정은 단순히 수지를 맞추는 행위를 넘어서 국가경영의 철학을 담아 전략을 실행하는 가장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정책 수단이다. 그래서 20세기 초 경제학자인 슘페터는 “재정은 정부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수단이며,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척도”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의 재정이 위기의 국면을 맞고 있다. 적어도 재정을 오랫동안 다루어본 재정전문가의 눈에 비치는 재정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으며, 변화가 필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재정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은 과거 정부와는 확연히 달랐다. 매년 경상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재정지출증가율, 잦은 추경, 소주성(소득주도 성장),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부지출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지향해 왔다. 물론 재정당국의 소극적인(?) 저항이 있었지만, 잠시 순간이었고 정치가 행정부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결국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2021년 현재 나랏빚은 1000조에 육박하여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도 50%에 이른다. 불과 5년도 안 되어 나랏빚은 2배 가까이 증가하고 GDP 대비 국가부채도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정치인들은 외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국가부채 비율을 근거로 아직도 재정은 건전하다고 이야기한다.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조, 수십조가 들어가는 수많은 공약을 쉴 틈 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 왜 필자는 재정이 위기라는 표현을 했을까? 첫째, 재정에 대한 우려스러운 인식이다. 경제는 심리의 문제이다.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인식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재정당국까지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한다. 돈을 쓰는 일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이다. 정치인들은 수많은 공약, 지역사업 등을 위해 재정지출의 확대를 지지한다. 충분한 세입(세금)이 뒷받침되는지, 나랏빚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나마 재정 관리의 버팀목은 재정당국이었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재정을 관리하고, 적어도 빚을 내지 않고 세입과 세출이 균형을 이루는 중기 균형재정을 지향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재정당국은 거의 중장기 균형재정마저 포기한 듯 보인다.

둘째, 나랏빚의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나랏빚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한계점을 지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자. 1990년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은 60%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재정투자 및 정부 소비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참담한 결과만을 가져왔고 결국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면서 2020년 국가부채 비율은 무려 230%에 이르렀다. 중장기적인 국가채무비율을 전망하고 세심하게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 다른 OECD 국가와의 비교 시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비율은 현저히 낮아서 아직은 재정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주의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빚이 많더라도 달러와 엔화를 발행하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바로 부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높은 국가신용등급은 중요한 국가 인프라이다. 무디스(Moody’s) 등 국제 신용평가사에서 국가신인도를 평가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재정의 안정성이다. 국가부채 비율의 급격한 증가는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외국인 투자, 은행 또는 기업이 외화를 차입하는 데 영향을 주게 된다.

당장 급하다고 무작정 쓰기에는 아직도 대한민국의 재정이 감당하여야 할 역할은 무겁기만 하다. 그동안 위기 속에서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것처럼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는 것은 또 하나의 시대적 사명이다. 과다한 나랏빚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30 청년들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우게 한다. 차기 정부는 재정 준칙 등을 통해 국가채무관리의 기본방향을 정립하고 재정을 무작정 쓰기보다는 불요불급한 재정 소요를 대폭 구조조정하는 한편 어렵더라도 필요에 따라서는 증세를 고려하는 재정의 틀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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