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국가 균형발전론이 다시 화두를 이루는 모양새다. 먼저 순회 경선 중인 더불민주당 진영에서 두드러진다. 지역 표심 잡기에 나선 여당 후보들은 가는 곳마다 균형발전 관련 공약을 내세우고,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주요 후보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본선 무대에서도 지역별 장밋빛 공약이 속출할 게 뻔하다. 이렇듯 여도 야도 균형발전 운운하지만,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대선 때마다 그래 왔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국가·지역 균형발전은 역대 정부의 주요 공약이자 정책 어젠다였다. 참여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 박근혜 정부의 지역행복생활권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혁신도시 시즌2와 도시재생, 지역균형 뉴딜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는 고사하고 수도권 초집중 구조와 지방소멸 위기만 가중되는 꼴이다. 그간 수도권정비계획법, 혁신도시법, 지방대육성법을 포함해 균형발전 관련 법률이 숱하게 제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각 분야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깊어졌다. 생소했던 지방소멸이란 말도 일상적 용어로 자리잡았다. 이는 결국 중앙 주도의 균형발전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즉 중앙정부에 의한 일률적인 지역 지원정책이나 획일적인 지역 안배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의미다. 도리어 지역(자치단체) 간 과잉경쟁의 폐해만 초래하고 말았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메가시티’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려면 세계적 추세처럼 대도시권의 메가시티를 조성해 권역별 다극체제를 구축하고 새로운 성장발전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두고 어느 학자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거의 마지막 시도’라고 표현했다. 하기야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 그럴 만하다. 근래 부산 울산 경남 3개 시·도와 충청권, 대구·경북권 등에서 메가시티 관련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다 보니 메가시티를 추진할 행정기구인 특별지방자치단체(광역연합체)의 역할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선 메가시티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이해도가 낮다는 점이다. 지난 1년 간 국내 언론 보도와 온라인 여론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신문의 빅데이터 분석(부경대 지방분권발전연구소 의뢰) 결과에서 나타났다. 요지는 간단하다. 메가시티가 이슈 본연의 의미보다는 정치인과 정치적 행태, 선거공약 등에 이끌려 오면서 지역 주도의 자생력 있는 독립적인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여기에다 부울경 특별지자체도 제대로 운영될지 걱정스럽다. 3개 시·도의 합동추진단이 그 설치 작업을 준비 중인데 난제가 수두룩하다. 예컨대 집행기관장 선임 및 의회 구성 방법, 광역 사무처리 기본계획, 경비 분담 방식 등이 그렇다. 이들 사항이 망라된 규약안을 만들어 시·도의회 의결도 거쳐야 한다. 특히 집행기관장 선임은 보통 사안이 아니다. 현직 시·도지사가 겸직하면 지역 간 형평·객관성 등의 문제로 특별지자체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지적마저 학계에서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특별지자체의 성공 열쇠로 꼽히는 국가사무 이양 및 사무위임도 해결 과제다.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도 제기된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핵심 권한을 빼고 단순 사무 위주로만 지방에 이양해서는 특별지자체는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난제를 원만히 풀고 특별지자체가 내년 상반기 공식 출범하려면, 철저한 사전 협의와 이견 조율·절충, 그리고 광역행정 수요 조사 및 해결방안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3개 시·도 공무원끼리만 모여서 진행할 사안이 아니다. 시·도의회 참여와 논의는 물론이고 지역 사회·주민, 상공계 등의 의견이 폭넓게 수렴되어야 마땅하다. 또 특별지자체 추진사항을 주민에게 알리고, 설명과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지역별 공청회나 공론의 장을 적극 마련하는 게 옳다. 그런 점에서 시·도의회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아직도 그와 관련된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부울경 메가시티와 특별지자체는 시·도민의 공감대 형성, 민관 협력이 필수적 요소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해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그와 아울러 특별지자체가 설치 운영되면 광역 공공서비스나 역내 교통, 복리 등이 어떻게 좋아질 수 있는지 주민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권역 내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그런 과정과 토대가 없다면 특별지자체는 안착하기가 어렵고 메가시티 추진도 겉돌기 쉽다. 이제는 중앙이 아닌 지역 주도의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부울경 모두의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편집국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