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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조선기자재산업의 초격차 전략 /배정철

배정철 해양통신공학박사 | 2021.08.10 19:58
연일 신조선 수주소식이 끊이지 않고, 국내 가장 큰 조선 사업군을 갖고 있는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들어 178척, 168억 달러 규모의 신조선을 수주해 올해 목표를 이미 초과달성했다니 조선산업의 슈퍼사이클이 시작된 듯 싶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소는 선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올해 상반기 수주점유율이 86%(7월17일 클락슨리서치)로, 이는 영하 163도 아래로 온도를 유지하면서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화하는 LNG화물창 생산기술력은 대한민국이 최고임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친환경선박 규제로 선박추진용 엔진연료도 LNG로 교체되어 가고 있기에, LNG는 화물로서 운송해야 할 대상일 뿐만 아니라 연료로 사용하도록 하는 연료공급용 기자재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LNG 관련 기자재는 대부분 해외수입에 의존해 왔으나, 오랫동안의 기술개발에 투자한 결실을 하나씩 맺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극저온 밸브 등 국산화 된 LNG용 기자재들은 시장진입단계에 있으나, 극도로 보수적인 선주들이 선박공급실적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 기자재업계의 절실한 목소리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시의 지원으로 국내 개발품의 실제 운항선박 실증을 위해 ‘다목적 해상실증선박 건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선산업의 경기는 10여 년의 긴 주기로 반복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발주량이 계속 증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10여 년 호황기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 어떠한 전략으로 준비하느냐가 호황기를 지난 뒤에도 대한민국 조선기자재산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최근 국제적 화두는 G2(미국과 중국)간의 패권갈등, 특히 핵심기술을 주도하기 위한 기술패권은 경쟁이 아니라 전쟁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조선기자재산업에서도 지금까지 생산제품 자체의 경쟁력만으로 시장에서 싸워왔다면 이제부터는 그 기술과 문화를 제품에 포장하여 후발 조선국가에서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전략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문화는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저변 확대가 되어야 한다. 문화의 의미를 산업생태계에 적용하려면, 기업들이 속해있는 산업군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주기 위한 산업분류체계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의 분류체계는 생산제품을 기준으로 기관부 선체부 의장부 전계장부(전기전자부)의 4개 대분류를 사용하고 있으나 최근 조선기자재는 복합적인 기능이 하나의 제품으로 구현되기에 현행 체계로 분류하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가 융합된 제품이 그러한데 그 예로 선박용 배터리는 전기추진용 모터와 맞물려 추진 시스템에 사용될 때 기관부로 볼 것인지 아니면 원래 분류인 전계장부로 볼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분류체계가 중요한 이유는 정확한 산업 현황을 파악하여 맞춤형 정책지원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기자재 산업은 세계 1위의 조선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후방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표준산업분류가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유럽연합의 조선기자재 분류체계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유럽은 조선기자재분야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기에 생산제품 외에 엔지니어링, 시험·인증 분야 등의 기술서비스 분야도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분류도 세분화하여 최근 산업의 기술변화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 조선기자재는 점점 더 시스템화 되기에 그 경쟁력은 하드웨어적 구조물에 소프트웨어로 기능적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엔지니어링 기술이 더해질 때 최상의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앞으로는 더욱더 제품의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을 따돌리기가 쉽지 않기에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의 경쟁력은 한국적 문화와 혼이 가미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즉, 조선기자재 설계, 검사 등의 기술서비스산업 분야도 조선기자재 표준산업분류로 편입하여 지식기반산업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현재의 조선기자재 산업현황을 정확히 반영하면서 미래지향적 가치를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표준산업분류체계의 도입으로 최첨단 제품과 기술이 10년 이상 지속될 조선호황기에 초일류 ‘한국형 조선기자재산업’이 뿌리내리고 어느 국가도 따라올 수 없는 조선기자재산업으로 완성되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초격자 조선기자재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장·해양통신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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