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이 열악한 비수도권 지자체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지역상생발전기금의 배분 액수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부산의 경우 작년엔 97억 원에 불과해 2014년 160억 원에 비하면 40% 가까이 감소했다. 울산이나 경남도 마찬가지다. 경기 불황 등으로 기금 출연을 맡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세수가 줄어든 탓이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평적 지방재정조정이라는 의의를 가진 제도이다. 전액 국세였던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지방소비세로 돌리고, 이에 따라 수도권이 거둔 세수 일부는 다시 비수도권 지자체 14곳에 분배해 나눠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부산은 지난 10년간 1200억, 울산은 2300억, 경남도 1500억여 원을 각각 받았다. 비수도권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지방의 돈이 기업 본사가 밀집한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실정인지라 결국 지방민의 돈으로 수도권 지자체가 살찌는 게 현실이다. 그런 수도권과 늘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비수도권의 균형을 맞추려는 기금의 취지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결국 돈이 지역에서 지역으로 이전되는 것이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어찌 보면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를 푸는 셈이다. 게다가 3개 지자체의 세수에 연동하게 되어있는 현재의 기금 조성 방식으론 경기 변동에 따른 수도권의 반발이 거세질 우려가 있다.

정부는 재정분권을 획기적으로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아직 못 지키고 있다. 기금의 출연 책임을 지자체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일부 분담해 재원의 안정성을 기해야 한다. 그것이 이 정부의 재정분권 실현 의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0년 운용으로 일몰을 맞았던 기금은 일단 10년 한시 연장됐다.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자체는 사업성과를 면밀히 분석해 기금의 상시화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마치 수도권이 시혜를 베푸는 듯한 인식도 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