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확진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특히 해외 유입 환자 발생이 잇따르면서 세계 5대 항만을 끼고 있는 부산은 비상이다. 최근 들어 부산에서는 지역감염에 따른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부산항을 통한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엊그제부터 우리나라에 입항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배에서 내리는 선원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항의 입·출항 선박 소속 선원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달 부산항 감천부두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충격을 안긴 적도 있다. 감천부두 입항 선원들의 확진 사례는 우리나라 항만 방역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부산항을 드나드는 선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전수조사하는 게 때늦은 감이 없지 않은 이유다.보건당국은 부산항을 통한 입·출국이나 응급환자 발생 상황 이외에는 선원들의 상륙 허가 신청을 제한하고, 허가 신청을 받을 때도 목적과 동선 등을 명확히 기재하도록 했다. 이는 무증상 감염 환자는 물론 잠복기 환자를 일찍 발견해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조처다. 그러나 이 같은 조처가 아직 검역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선원들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시행한 첫날인 지난 6일 부산항에서는 검체 채취 부스가 설치되지 않는 등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선 신청을 한 선원들 중 일부는 진단검사를 받지 못해 배에서 내리지도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항만 검역 현장의 미숙한 운영으로 방역 시기를 놓쳐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 확산사태를 불러오지 않을지 걱정이다. 신속한 개선으로 부산항을 비롯한 항만 검역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