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디지택트(digitact) 시대의 도래 /빈대인
코로나19가 주도한 기업의 디지털 전환비대면 채널 강화 등 금융사도 혁신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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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도 다급해졌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코로나19가 인류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최고정보책임자(CIO)도 아닌, 바이러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사 대표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코로나19로 2년이 걸릴 디지털 전환이 단 2개월만에 이뤄졌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남들보다 앞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거나 추진 중인 기업에게는 코로나19가 야기한 변화가 새로운 기회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에게는 심각한 위기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기업의 진짜 실력이 가감없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의 종식 여부와 관계없이 디지털 전환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는 세대도 자의든 타의든 디지털 세상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촉발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기업 역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21세기 초반 우리가 겪었던 바이러스의 공포 역시 디지털 전환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 2003년 발생한 사스(SARS)는 중국 경제를 위기로 내몰았지만 격리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쇼핑붐을 일으켰다. 알리바바·타오바오·징동 같은 중국의 내로라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이 시기에 대거 등장했다. 코로나19 역시 온라인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끄는 중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대신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법을 빠른 속도로 체득하고 있다. 재택 근무, 화상 회의, 화상 면접, 원격 수업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온라인 공연과 전시까지 대거 등장했다.
접촉을 뜻하는 영어 단어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언택트(untact)’가 비대면·비접촉 자체를 의미했다면, 이제는 물리적 거리를 두는 차원을 넘어 온라인을 통해 외부와 연결(on)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온택트(ontact)’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온라인 소비 문화 확산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람과의 접촉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접촉하는 방식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언택트, 비대면, 비접촉 등의 부정적인 단어보다 긍정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기술적·산업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고객과의 소통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언택트와 비대면이라는 용어는 각각 ‘디지털 콘택트’와 ‘디지털 대면’으로 하고, 이를 아우르는 축약어로 ‘디지택트(digitact)’라는 용어를 쓰자는 것이다. 이른바 디지택트 시대의 도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금융사도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쟁력은 금융의 디지택트화를 얼마나 발 빠르게 구현해내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화가 진전될수록 금융시장은 기존 은행과 핀테크·빅테크 기업이 무한 경쟁하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생존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부산은행도 디지털 기술을 통한 금융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디지털 전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금융본부를 기능 중심으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비대면 채널에서의 고객 접점을 더욱 강화하고자 ‘언택트 영업부’를 신설했다. 고객이 느끼는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줄이고, 비대면 채널에서 고객이 경험하는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어쩌면 새로운 시대는 ‘거리두기’와 ‘함께하기’의 공존에 답이 있을지 모른다. 아무리 기술이 고도화 하더라도 사람 간의 소통, 사회적 연결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인터넷은행이 갖지 못한 오프라인 채널과 모바일뱅킹을 비롯한 온라인 채널의 유기적인 연결, 즉 옴니채널에서의 인간적인 서비스 구현을 통해 부산은행은 고객에게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빈대인 부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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