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지역을 무시하는 행위다. 국토교통부가 중·장기 국토종합계획에 ‘김해신공항을 건설한다’고 명시했다고 한다. 그것도 부산시와는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삽입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5차 국토종합계획안(2020~2040)’에는 ‘김해신공항을 건설하고 연계 인프라 및 복합운송체계 구축’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안에는 부산시가 요구한 ‘24시간 운영 가능한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더 기가 찬 것은 국토부가 국무총리실의 지난 6일 김해신공항안 재검증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돌연 수정했다는 사실이다. 이 안의 수정 작업은 국무회의에서 의결되기 직전까지 부산시가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단다. 더욱이 국토종합계획안의 지역별 발전 방향은 통상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작성한다. 향후 20년간 진행될 국토 개발의 기본계획이어서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논란을 피하려고 그렇게 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국토부는 사실상 월권을 행사하면서까지 ‘김해신공항을 건설한다’라는 문구를 삽입한 셈이다.이 때문에 국토부가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토부가 재검증위 출범에 대비해 ‘재검증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제시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해신공항 건설’이라는 국토부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압박이라는 주장이다. 국토부가 통상적인 행정적인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에서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동남권 신공항은 관문공항 건설에 대한 부산 울산 경남 지역민의 염원이다. 자칫 검증 작업이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면 지역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라도 지역민이 수긍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지역 갈등은 또다시 재연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토종합계획의 문구는 부산시와 협의해 다시 조정하는 바람직하다. 부산시도 국토부에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국토종합계획안은 이달 중 고시를 앞두고 있다. 고시까지 한 달 가량의 시간이 있다고 한다. 국토부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