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과학원이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며 “이 결과는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험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전략적 지위 변화’ 가능성을 시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5일 미국 CNN방송도 서해발사장에서 엔진 시험 재개를 준비하는 듯한 정황이 위성사진에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은 ICBM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충전시간이 필요 없는 고체연료를 개발하지는 못했다. ‘중대한 시험’이 고체연료 엔진 개발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시험에 성공했다면 ICBM의 신속 발사가 가능해졌으니, ‘전략적 지위 변화’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럴 경우 미국이 북한의 요구대로 올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에 관한 ‘새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핵·ICBM 발사 중지(모라토리엄)’를 철회할 수도 있다. 북미의 시간이 파국을 향해 흐르고 있는 셈이다.그 조짐은 차츰 구체화되고 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7일 “미국이 추구하는 조미대화는 국내 정치 어젠다(트럼프의 재선 승리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시간벌기 속임수”라며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김정은)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북한의 미 대선 개입을 경계했다. 트럼프의 바람과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ICBM 발사 시험 재개로 미 대선에 개입한다면, 트럼프는 지난 3일 발언대로 군사력 사용 등 대북 강경 태세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모두의 실패다. 김정은은 경제 개발을, 트럼프는 재선을 포기해야 한다. 두 정상은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벼랑 끝으로 차를 몰아가는 ‘치킨게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실패는 북미와 두 정상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서로를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상호주의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