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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조작방송의 피해자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 | 2019.12.08 19:54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즌은 팬들의 투표를 통해 글로벌 아이돌을 육성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투표로 순위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팬들의 더 많은 유입을 위한 각종 커뮤니터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매주 금요일 밤 생방송됐던 ‘프로듀스’ 시즌은 우리나라 음악 방송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줬다.

팬들은 세계 시장을 누비는 아이돌을 직접 탄생시켰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단돈 100원의 유료 문자 투표로 프로듀스 시즌1의 아이오아이를 비롯해 워너원, 아이즈원 등 세계가 열광하는 가수들이 나왔으니 당연했다. 시청자가 참여하는 문자 투표의 경우 올해 프로그램에서만 1363만 건이나 들어왔다는 설도 있으니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2017년 시즌 2를 통해 탄생한 아이돌 워너원의 활동 멤버 강다니엘은 부산시 홍보대사는 물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홈경기 시구자로 나서는 등 부산 출신 덕에 지역 팬들에게 더욱 친근했다. 아울러 부산의 각 기관장은 막대한 영입 예산이 드는데도 강다니엘을 자체 행사 홍보대사로 영입하라고 관련 직원들을 닦달하는 일까지 벌어질 지경이었다.

‘마침내 세계가 놀랄 글로벌 아이돌을 탄생시킬 X의 베일이 벗겨진다’. 생방송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올해 진행된 시즌4 ‘프로듀스 X 101’에서 절정에 달했다. 지난 5월 3일부터 7월 19일까지 12부작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를 통해 엑스원이 탄생했다. 초등학생 어린 팬들까지 가세한 터라 일부 엄마 아빠는 당시 금요일 밤마다 TV 채널 선택권을 포기하고 자녀와 함께 문자 투표를 날리는 이벤트에 참석하기도 했다. 시청자와 방송 방청객을 ‘국민 프로듀서’라고 호칭한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였다.

그렇게 잘나가던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시리즈가 생방송 투표 순위 조작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시즌 1에서는 1차 탈락자 투표 결과를 바꿨다면 시즌 2가 되자 최종 데뷔 조 선발 과정에서 특정 연습생의 득표수를 조작했고, 시즌 3·4에서는 최종 데뷔 조를 아예 정해두고 조작된 득표수를 끼워 맞추는 방식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연예기획사와 대형 매니지먼트사, 프로그램 제작진 등의 여러 이익 관계가 맞아떨어져 벌어진 결과다. 이번 사태로 해당 아이돌 가수들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 프로듀서’라는 자부심을 안고 문자 투표에 참여한 시청자들과 탄생 아이돌에 열광한 팬들이 아닐까.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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