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평양과학기술대가 그제 울산에서 공동으로 학술교류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은 단순한 학술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두 대학은 지난해 11월 남북 학술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이번 심포지엄은 이에 따라 처음 열린 공식행사다. 업무협약 이후 남북관계가 다소 경색된 상황을 딛고 두 대학은 약속대로 행사를 열었다. 한때 금방 활발해질 듯하다 최근 막혀버린 남북 교류에 학술 부문으로 새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것이다.

지난해 업무협약 당시 두 대학은 바이오메디컬, 국제금융, 동해안 스마트 제조업 도시계획,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술교류를 하기로 했다. 그중에서 이번에 첫 주제를 식물자원 유전체 분야로 정한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식물자원 개량기술 개발을 통해 북한이 현재 처한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 머리를 맞대자는 것이어서다. 이는 시의적으로나 현실적 측면에서 북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북미 핵협상이 교착에 빠짐으로써 지금 남북관계는 다시 과거로 회귀할지도 모르는 형국이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다양한 남북교류사업이 곧 이뤄질 것처럼 보였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을 승인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추진키로 하는 등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두 대학의 학술교류는 남북관계 개선의 또 다른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두 대학은 이번 첫 행사를 계기로 지난해 협약에서 약속한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길 바란다. 아울러 이 같은 학술교류가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됐으면 한다. 정치적 상황을 떠나 남북 공동의 사안들을 두고 머리를 맞대는 데는 학술교류만큼 바람직한 게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민간 부문 교류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재삼 강조하지만 남북 교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