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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90년대생이 몰려온다 /원성현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2019.05.22 19:33
대학에서 학생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직업인 필자는 학생들과 교류하려고 평소 SNS를 즐기는데 얼마 전 한 제자가 공유한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Top 6’라는 글을 보았다. 필자로는 처음 본 글이었으나 이 글이 SNS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도 더 된, 요즘으로서는 다소 진부한 글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20대 중반의 둘째 아들의 잔소리가 귓전에 들렸지만 끝까지 읽었다.

1위는 ‘집에 가고 싶다’. 이처럼 집에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지만 막상 수업이 끝난 뒤 집으로 바로 가는 학생은 매우 적다.

대부분 아르바이트에 나서거나 동아리방 아니면 학교 인근에서 놀다가 저녁까지 먹고 느지막하게 집으로 들어간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단지 ‘강의실에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오늘 뭐 먹지?’가 2위를 차지했다. 한참 먹는 걸 즐길 나이이므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그들의 학식(‘학교식당’을 줄여서 부르는 말) 메뉴는 몇 개 안 된다. 즉 ‘오늘 뭐 먹지?’라는 말은 선택의 빈곤 속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에 더 가깝다.

3위는 ‘졸려!’였다. 많은 학생이 수업 시간에 피곤한 모습을 보인다. 밤 12시, 심지어는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잠깐 눈을 붙인 뒤 학교로 오는 생활을 반복하니 졸리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다만, 과거 대학생 아르바이트의 주된 이유는 등록금을 모으기 위함이었지만 요즘은 대학마다 장학금이 제법 지급되고, 국가장학금까지 있으니 고액의 등록금을 다 내고 다니는 학생은 많지 않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된 이유는 1년도 안 된 휴대전화를 신형으로 바꾸고, 더 좋은 음식을 먹으며, 여행을 가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4위는 ‘배고파!’가 차지했다. 학생들에게 물어봤더니 정말 배가 고프단다. 근데 막상 학생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간 자리를 보면 음식물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맛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먹을 건 많지만 자신의 입에 찰싹 붙는 음식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픈 거다.

5위는 ‘과제 했어?’란다. 교수들은 요즘 팀 과제를 낸다. 사회로 진출하게 되면 혼자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학생 때부터 연습시키려는 의도다. 그런데 다른 팀원한테 민폐를 끼치면서 숟가락만 얹는 학생이 꼭 있다. 그런 학생이 주로 하는 말이 ‘과제 했어?’라고 한다.

마지막 6위는 ‘자퇴할까?’였다. 과거에는 자퇴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대학 졸업 즉시 거의 취업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밝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고통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인데 요즘 대학생은 졸업해도 자신의 구미에 맞는 직장을 구할 수도 없고 급여 수준도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중도 포기의 유혹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Top 6’를 필자 나름의 느낌으로 해석했지만 어쩌면 그들은 이렇게 해석한 필자에게 주저하지 않고 ‘꼰대’라고 할지 모른다. 10여 년 전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사이에 매년 7월 말쯤이면 유행했던 ‘초딩이 몰려온다’는 표현이 있었다. 방학을 맞아 놀이 공간으로 쏟아지는 천방지축의 초등학생들에 대한 공포감에서 비롯됐다. 그들이 바로 90년대생이다. 그중 일부는 아직 대학생이고, 일부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기도 했다.

그들은 긴말을 줄여 쓰는 데 능하고, 심지어는 자음만으로도 충분히 대화하는 신공을 보이기도 한다. 휴대전화로 못 하는 것이 없으며 기성세대의 행동 양식이 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등 지금까지 그 어느 세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어엿한 우리 사회의 주축을 구성하고 있다.

그들의 언행에 때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지만, 과거에 선배들이 필자 세대에게 왜 이런 느낌을 갖지 않았을까! 우리 역시 선배들에게 우리를 이해하라고 당당히 요구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필자 세대와 그들이 한 시대에 공존하는 한 서로를 비판하기보다는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더 지혜로운 모습일 것이다. 함께 살아야 할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부산가톨릭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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