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산지역 남녀의 혼인 건수가 1년 전보다 5.7%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이후 5년 연속 내림세다. 1981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저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수치도 1972년 이후 가장 적었지만 부산은 전국 감소치(-2.6%)의 배 이상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인 조혼인율도 부산은 4.3건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전북과 전남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를 보면 20~44세 미혼 남녀 중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이 남성은 14.1%, 여성은 6%에 불과하다. 출산 양육 및 교육에 대한 부담, 직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 내 집 마련의 어려움, 노후 불안 등 결혼 기피의 원인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있다. 특히 결혼의 한 축인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졌는데도 결혼 및 출산과 일을 병행할 사회 여건은 미비하다. 30대의 절대 인구가 주는데다, 부산은 이 연령대의 역외 유출이 많은 점도 혼인율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정부는 2006년부터 5년 주기로 결혼 및 저출산 대책을 세웠고 작년까지 126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큰 효과가 없다. 작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해 세계 유례가 없는 0명대에 진입했다. 부산은 0.90명으로 서울 다음으로 낮다.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프랑스 스웨덴 등도 한때 결혼 기피와 저출산이 심각했지만 이제는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1990년 1.7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17년 2.08명으로 뛰어오른데는 성인의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해 결혼과 똑같은 혜택을 부여한 제도 개선이 주효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건강가족기본법상 ‘혼인·혈연·입양’으로 제한돼 있는 가족의 개념에 사실혼을 포함시키기 위한 법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자체가 중매 설테니 결혼 해달라, 현금 줄테니 아이 낳아달라는 식의 정책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사람의 생애주기와 사회·경제적 상황을 면밀히 살펴 결혼 안 하고 아기 안 낳는 진짜 이유를 찾아 더 확실한 처방을 내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