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중독을 치료하는 고압산소치료기가 부산에 크게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강릉의 한 펜션에서 고등학생들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압산소치료기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면서다. 한 번 치료할 때마다 최소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가량 걸리는데, 지금의 숫자로는 대형사고가 터지면 수용에 한계가 있어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부산에는 부산대병원과 고신대복음병원이 1인용 치료기 각 1대, 위한병원(수영구)이 10인용 치료기를 운영 중이다.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꺼번에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12명인 셈이어서 그다지 부족한 건 아니다. 문제는 10인용 치료기를 보유한 위한병원이 적자 심화로 이달 말 폐업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병원이 문을 닫으면 한 번에 3명 이상 치료는 어려워지게 된다. 인근 지역으로 이송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다투는 환자인 만큼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치료기 확충에 나서기는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미 치료기를 보유한 병원조차 의료수가가 낮은데다 인력과 장비 유지에 만만찮은 비용이 드는 까닭이다. 이러니 여타 의료 장비에 비해 시급하지 않은 고압산소치료기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고압산소치료기 확충의 필요성이야 모두가 수긍하지만 병원이 적자를 안고 무작정 도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대한고압의학회 등의 지적을 새겨 들어야 한다. 최소한 권역별 응급의료센터에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성이 큰 치료기의 도입을 병원에만 내맡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지자체 또한 마찬가지다. 그나마 부산시가 부산의료원에 치료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여의치 않다고 한다. 정부 지원만 기다릴 게 아니라 추경을 통해 치료기를 도입한 경기도처럼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