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의 직원 채용과 승진 과정에서 이주학 전 대표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불법은 국내 최대 어시장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이다.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 점수를 사후 조작하고, 요건이 안 되는 직원을 승진시키려고 근무평정 서류를 빼내는가 하면, 정규직 전환 특혜를 주기 위해 시험문제까지 유출했다. 이 같은 비위 내용은 엊그제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의 검찰 공소사실을 통해 낱낱이 공개됐다. 이 전 대표가 이런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13~2015년 6명으로부터 받은 돈은 4800만 원이라고 한다.

이 전 대표는 2012년 어시장 대표이사로 선임될 때만 해도 평직원으로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소개되곤 했다. 2015년엔 연임하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듯 대표이사직에 오른 이듬해부터 거의 임기 내내 채용과 승진 비리를 반복적으로 저질러왔다. 대형선망 등 5개 수협이 공동 소유하는 어시장에서 대표 한 사람이 마치 1인기업처럼 전횡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어시장 관리와 감시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증거이다. 이번 사안을 단순히 대표 한 사람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어시장은 전문경영인체제로 바뀐 후 선임된 대표이사 2명이 모두 불법과 비리에 휘말렸다. 5개 조합만이 행사할 수 있는 대표이사 선출권의 폐쇄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가 어시장의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늘 사후약방문이다. 구조적 문제에 손 놓고 있거나 묵인한다는 의혹을 받는 게 당연하다.

위판물량 감소와 현대화사업 중단 등 어시장에 난제가 산적한데도 대표직은 여전히 공석이다. 지난 연말 이사회와 대표이사추천위원회의 외부인사 비중을 늘리고 대표선출인단의 의결정족수를 과반으로 변경하는 등의 정관 개정안을 만들어 해수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관련 절차를 마무리지어 어시장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차제에 채용과 승진 문제점을 모두 드러내 환골탈태하는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