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괴상한 스윙폼을 가진 선수라 하면, 짐 퓨릭(49)이 첫손에 꼽힌다. 정통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8자 스윙’을 구사해서다. 마치 칼춤을 추는 듯한 변칙적 동작이라, ‘프로 선수가 어떻게 저런 스윙을 할 수 있느냐’는 눈총을 한동안 받았다. 그래도 공은 기막히게 잘 맞아 나갔다. 퓨릭은 정교한 샷과 짠물 퍼팅으로 2003년 US오픈(메이저)우승을 포함해 투어 통산 17승을 거뒀다. 코치를 따로 두지 않은 점도 관심을 끌었다.

1990년대 미국 골프계에서는 신인 퓨릭 외에도 특이한 스윙폼을 지닌 알렌 도일이 눈길을 모았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그는 1996년 46세의 늦은 나이에 프로골퍼로 입문해 2부 투어에서 3승을 올렸고, 시니어투어로 옮긴 후에는 통산 13승의 성공신화를 썼다. 이에 정통 골프교습가들 사이에서는 ‘밥줄이 끊어지게 생겼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요즘은 일명 ‘낚시꾼 스윙’의 최호성(46)이 세계 골프계의 최고 화제 선수다. 공을 치고 난 뒤 자세가 낚시채를 잡아채는 동작과 닮아서 팬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그가 지난해 6월 한국오픈에서 톱10에 입상하고, 11월 일본투어 대회에서는 5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하자 낚시꾼 스윙은 단번에 인기를 끌었다. 또 SNS를 통해 스윙 영상이 해외로 퍼진 뒤로는 ‘PGA 투어 대회에 그를 초청해 달라’는 청원이 온라인 사이트에 쏟아졌다.

그 덕분에 다음 달 초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 그가 초청장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게다가 미국 NFL의 슈퍼스타 애런 로저스가 ‘최호성과 같은 조에 넣어달라’고 요청해 더 화제다. 올해 피닉스 오픈에도 그를 불러달라는 청원이 올랐는데 이를 지지한 인원이 현재 6000여 명에 이른다. 이쯤 되면 최호성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그의 스윙은 절박함과 각고의 노력이 빚어낸 산물이다. 고교 때 사고로 엄지손가락 장애를 지닌 그는 늦깎이 프로골퍼로 입문해 기나긴 무명 시절을 겪었다. 가정 형편이 어렵다 보니 독학으로 샷을 갈고닦았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샷 비거리를 늘리는 게 과제였다. 그런 일념으로 자신만의 스윙을 만들어냈다.

모양이 좀 괴짜스럽다고 해도 그의 스윙 동작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속이 있고 야무지다. 공을 맞추는 임팩트 순간의 동작이 정확하게 이뤄져서다. 형식이나 정형화된 틀에 구애받지 않는 독창적 스윙으로 임팩트를 구사하는 셈이다. ‘결국 꿩 잡는 게 매’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