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712~770)는 ‘인생 70년 살기가 예부터 드물다(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란 구절로 유명한 시 ‘곡강이수’를 ‘안사의 난(755~763년)’ 중인 758년에 썼다. 찬란했던 당나라의 국력은 당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왕조의 기반인 소농민층은 토지를 잃고 유민이 되었고, 실권을 쥔 재상 이임보의 가렴주구로 조정의 기강은 무너진 상태였다. 정치·경제적 혼란을 틈타 안록산과 사사명의 반란까지 일어나니 백성의 고통은 극심했다. ‘한 조각씩 꽃잎 날리며 봄은 사라져가네/바람에 꽃잎 마구 떨어지니 진정 근심스럽구나’. 시에 짙은 허무가 배어 있는 것은 그래서다. 두보는 이 시를 지은 지 두 달 만에 간언하다 황제의 미움을 사 좌습유의 직위를 박탈당하고 지방으로 좌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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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의 발달로 ‘인생 70’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생명표’를 보면, 지난해 태어난 우리나라 아이들의 기대수명은 82.7세에 이른다. 남자가 79.7세, 여자는 85.7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보다 각각 1.8년, 2.4년 더 길다. 수명은 늘어났지만 삶의 질을 담보하는 핵심요소인 인권 수준은 낮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작성한 ‘성 격차지수(GGI)’는 우리나라가 전체 144개국 중 118위로 하위권이다. 성소수자 인권지수도 유럽 49개국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44위에 불과한 것으로 SOGI법정책연구회는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세계인권의날’ 70주년 기념식에서 주목할 만한 말을 남겼다. “평화가 곧 인권”이라는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냉전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이 함께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마침 올해는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년 되는 해다. 남북한이 1948년 8월 15일과 9월 9일 각각 단독정부를 수립하면서 한반도에 냉전체제가 구축됐다. ‘인생 70’은 짧게 느껴지지만, ‘냉전 70’은 1000년이나 되는 것처럼 길게 다가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방남이 물 건너 가는 듯해서 그 체감시간이 더욱 길어진다. 내년은 3·1운동,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남북한이 대대적인 공동행사를 준비 중이다. 때맞춰 탈냉전의 물꼬도 트이길 고대한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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