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턴 투워드 부산’ 추모행사는 자못 의아하고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6·25전쟁 때 전사한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기 위해 개최한 행사인데도 주관부처인 보훈처는 정작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생존 참전용사들을 초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전몰 유엔군 장병들이 묻힌 부산을 향해 묵념하는’ 이 행사를 제안한 캐나다인 참전용사 빈스 커트니 씨도 볼 수 없었다. 주빈이 빠진 가운데 치르는 행사의 공허함이 적잖은 당혹감을 안겨줬다.

보훈처는 유엔기념공원 안장자 유족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하려고 지난해부터 외국 참전용사들을 초청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행사를 정착시키기 위해 2014년부터 3년간 외국 참전용사들을 대대적으로 특별초청했던 종전 행태와 사뭇 대조적이다. 행사가 자리를 잡았으니 이젠 외국 참전용사들은 필요없다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외국 참전용사들을 행사의 주체가 아닌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 아닌가.사정이 이러니 커트니 씨가 “보훈처로부터 행사에 관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다”며 서운함을 표시한 건 당연한 반응이라 하겠다. “유족에 초점을 맞춘다는 한국 정부 방침에 이견은 없지만, 참전용사들이 6·25전쟁 때 함께 싸운 전우들을 직접 추모할 기회를 빼앗는 건 잘못”이라는 한 영국인 참전용사의 지적 또한 옳다. 우리나라를 위해 인생의 황금기를 기꺼이 바친 그들을 한 명이라도 더 초청하는 게 우리의 도리인데, 되레 배제하다니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행사의 의미를 감퇴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보훈처는 올해 부산유엔평화기념관을 개관한 것을 계기로 ‘턴 투워드 부산’ 행사를 보훈외교의 국제적 브랜드로 육성하기로 했다. 외국 참전용사들을 초청대상에서 제외해 비판까지 불러일으키는 마당에 어떻게 그 계획을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깊이 재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