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에 두 개의 화두가 던져졌다. 대리 수술 문제와 오진으로 인한 의사 구속 문제가 그것이다. 전자는 일부 의사의 일탈이며, 의료계가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반면 후자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사망한 환아와 그 가족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재판부는 5년 전의 상황인데도 이제 와서 도주 우려가 있다며 의사3명 모두를 구속했다.

국내 복통 환자는 매년 1100만 명 정도 발생한다. 환아의 사인은 횡격막 탈장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8세 환자는 1년에 2명이라고 한다. 그렇게 드문 병의 진단은 복부CT 촬영으로 가능하다. 그럼 1100만 명에 대해 모두 CT촬영을 해야 할까. 답은 ‘아니다’이다. 심사평가원은 복통 환자에게 무조건 CT촬영을 하면 과잉진료라며 병·의원에 돈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환자에게 받은 돈도 환수한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검사를 하면 과잉진료이고 검사를 하지 않아 진단이 틀리면 구속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많다. ‘에크모’라는 기계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에게 사용되는 혈액 순환장치인데, 사용 후 환자가 살아나면 돈을 받고 사망하면 돈을 받지 못한다. 살아나지 못할 것 같은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말라는 말인데, 환자 가족이 그런 상황을 수긍할까. 응급실이 적자가 나는 이유다.

병원이 과실이 없다고 판결 받아도 30%를 배상하라는 법 때문에 가뜩이나 힘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구속된다는 위기의식까지 겹쳐 의사는 이 나라 국민이 아니라는 자조가 의료계에 팽배해 있다.

의료에는 100%가 있을 수 없다. 암환자를 치료하다 사망할 경우 의사에게 책임을 지운다면 암환자를 누가 치료하겠는가. 이런 식의 판결이라면 모든 복통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럴 경우 환자에게 손해가 돌아가고 국가적 의료비 지출은 급증한다. 지금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기본개념은 ’적정 수가, 적정 진료’이다. 즉 적당한 돈을 받고 적당한 진료를 하는 것이다. 적당한 돈으로 100% 완벽한 진료를 원하는 국가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2017년 말 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전체 병원의 평균 순수입이 매출 36조 원의 1.2%뿐이다. 국가는 1개 보험회사의 순수익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4300억 원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일산 의료보험공단 병원의 자료에 따르면 그 병원의 의료수가는 원가의 66.2%다. 비급여에서 보충돼 순수익이 1.2%가 생기는데 그 비급여를 없애는 것이 ‘문재인 케어’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환자는 급여든 비급여든 재료대에서 병원이 이익을 남길 수 없게 돼 있고, 수가는 원가의 66.2%이니 병원 입장에서 적자가 당연하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 이익을 많이 남기게 돼 이제는 실손보험도 자동차보험 같은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즉, 간편청구라는 명목으로 병원에서 보험회사로 치료비 청구를 하라고 하지만 이것은 옛날 자동차보험 청구와 같은 방법이고, 치료비가 100만 원 나오면 지금 70만 원 받든지, 수년 후에 100만 원을 받든지 선택하라는 횡포를 부린다. 이 목적이 달성되면 마지막에는 현재 자동차보험처럼 심평원 심사로 끌고 가려 할 것이다. 결국 환자는 좋은 치료를 못 받고 병원 입장에서는 비급여 치료를 할 수 없게 돼 병원은 고사하게 되고 보험회사의 수익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우리나라 25개 생명보험회사 직원 수는 2만6219명(2017년 3월 기준)인데 반해 의료계 종사 인원은 68만5000명이다.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가 취업유발계수가 20이 넘는 의료계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국내 3600여 개 병원의 대부분은 중소병원이고 중소기업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병원에만 왜 이러느냐고 항변하는 중소병원장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300병상 미만 병원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정부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의료계는 벼랑 끝에 서 있다.

박원욱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