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정책이 공급 확대로 바뀌었다. 그동안 정부는 미분양 발생 억제 등을 이유로 내세워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어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과 경기도 일산·분당 사이에 330만 ㎡ 이상의 신도시 4,5곳을 추가로 만드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 신도시에 들어설 20만 채의 주택은 2021년부터 분양된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주택 공급을 늘려 최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폭등하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을 억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집값 안정보다는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토부는 부족한 택지 확보를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까지 지자체의 동의없이 직권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만약 국토부의 의지대로 그린벨트 활용이 이뤄지면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신도시가 새로운 투기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크다.어제 나온 정부의 대책이 지방을 대상으로 한 주택정책과 형평성을 상실한 것도 문제다. 부산만 해도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조정지역으로 지정된 7개 구·군에 대해 해제를 요청했으나 기장군을 제외하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의 조치가 강화되면서 지역 부동산시장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9·13대책에는 ‘지방 주택시장에 대한 맞춤형 대응’을 하겠다는 원칙만 언급됐을 뿐 세부 계획은 부실했다.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분양보증 발급심사를 강화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및 공공분양 주택의 공급시기를 조절하겠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정부는 차제에 지방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내놓아야 마땅하다. 지난해 8·2대책 이후 부산 경남 등에서는 서울과 달리 소비심리 위축과 미분양 물량 급증에 따른 집값 하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다 지방이 죽게 됐다는 불만이 괜히 터져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는 언제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이 ‘수도권만을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을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