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채택 후 지지부진하던 북미 대화가 급진전하는 양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 카운터파트 간 비핵화 협상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그는 또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리용호 외무상을 만나자고 초청했다. 3차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인정하며 북미 협상 재개를 공식화한 셈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2021년 1월까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안에 비핵화를 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게 주목된다. 그동안 확정짓지 못했던 비핵화 시간표를 2021년 1월 이내로 처음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이 보다 진전된 비핵화 실행 방안을 제시하며 한 발 물러서자, 미국 또한 체제 보장 등에 일정 부분 양보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시간표는 물론 새로운 협상 동력을 얻은 만큼 구체적인 접점을 찾으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북한의 조건부 제안을 두고 실질적 내용이 없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지만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핵 신고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해도 처음으로 비핵화 의지를 육성으로 밝힌 김 위원장의 진심을 미국이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식 발표 내용 외에도 많은 비핵화 논의가 있었다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언급을 고려할 때, 선언문에 담지 못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공은 다시 북미로 넘어갔다. 내주부터 다음 달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외교 일정은 한반도 비핵화 빅딜에 다시 오기 힘든 기회다. 그 최대 분기점은 10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다. 그간 남북미 3국이 큰 틀의 방향을 정한 만큼 그때까지 북미 양국이 구체적인 내용물을 채워넣는 일만 남았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렵게 얻어낸 성과물을 바탕으로 비핵화라는 종착역을 향한 결단을 이뤄내야 한다. 그 바탕은 북미 양국 간 신뢰와 통 큰 양보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