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김해 양산 거제 밀양을 아우르는 부산권역 응급의료센터망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됐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2000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부산대병원이 재지정 신청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제 부산권역 응급의료센터는 동아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2곳만 남게 됐다. 인구 500만 명이 사는 거대 도시권의 권역응급의료센터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형 재난 대비 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거꾸로 가는 의료복지’ ‘역주행하는 사회안전망’인 셈이다.

병원 측의 포기 사유는 “기준 충족 미달”이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1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이때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도 3년 주기로 재지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지정을 위한 인력·시설기준이 강화됐다. 특히 ‘응급환자 진료구역 10병상 이상’ ‘중증응급환자 진료구역 8병상 이상’ ‘병상 간격 1.5ｍ 확보’ 등의 시설기준이 까다롭다. 부산대병원은 병상 간 거리 1.5ｍ를 확보하려면 추가 용지를 구해야 했지만, 3년 내 확보에 실패했다. 병원 안팎에 적당한 부지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정부의 법 개정 취지는 수긍할 만하다. 응급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여 긴급 환자 생존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일단 지정되면 반영구적이었던 까닭에 병원들도 권역응급의료센터 수준 향상에 미온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사태가 꼬인 것은 오래된 도심지 대형 병원의 경우 기준 충족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대병원의 경우가 딱 그렇다.

해법 마련이 쉽지 않겠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지정이 취소되면 현장응급의료지원반 운영, 소규모 의료기관 대상 응급교육 등을 할 수 없다. 지역 응급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피해는 시민 몫이다. 부산시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시는 우선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관 간 연계체제 강화 등을 통해 재난 시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부산대병원 역시 시설기준 충족 계획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그것이 지역거점국립대 병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다. 보건복지부도 유예 기간 연장 등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옳다. 시민 생명과 안전이 우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