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지역의 미래발전을 위한 사업을 기획·시행하는 핵심부서를 없애기로 해 지역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조례규칙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된 ‘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안)’을 보면 신성장산업국의 주무 과인 연구개발과를 폐지한다는 방침이 확정됐다. 대신 연구개발과의 기능은 미래산업국으로 이름이 바뀌는 신성장산업국의 미래산업창업과와 지식서비스금융과로 분산된다.

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거돈 체제 출범을 맞아 각 부서 간 업무 중복 최소화를 통해 시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민선 7기의 주요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려면 일정 부분 조직 정비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오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만큼 시의 이런 방침을 나무라기는 힘들다. 하지만 2014년 11월 연구개발과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부산의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을 위해 발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의 결정이 성급했다는 지역 과학기술계의 지적도 틀린 것은 아니다.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에서는 연구개발과가 지난 4년간 이뤄낸 성과를 거론하며 부서 폐지가 가져올 역효과에 우려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과는 향후 5~10년을 염두에 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산업 모색, R&D(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사령탑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2015년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BISTEP) 설립과 부산과학기술진흥 5개년(2018~2022년) 종합계획 수립에도 큰 힘을 보탰다.

시는 198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던 부산경제가 산업구조 개편과 신성장산업 창출에 실패하면서 침체로 접어들었다는 지역 과학기술계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면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시의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도 전담 부서 자체를 아예 없애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부산을 살릴 새로운 산업은 아무런 노력 없이 얻어낼 수가 없다. 이런 우려가 불식될 수 있도록 시가 지역기술혁신역량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