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와 관련, 국가가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희생자 1인당 2억 원의 위자료와 친부모 각 4000만 원, 형제자매 조부모에 500만 ∼2000만 원씩의 별도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참사 발생 4년3개월 만에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된, 의미 있는 판결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초동 대응과 구조 활동에 실패해 피해를 키웠음을 인정한 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그 엄중함이 결코 가볍지 않다. 아울러 다시는 국가의 무능으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각오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어제 판결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도 ‘국가의 과실’ 부분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30부는 판결문에서 “청해진해운과 국가의 과실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목포해경 경비정 정장이 승객 퇴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들을 법원이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침몰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 배상과 관련한 분쟁이 계속되는 점, 세월호 사고가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크다는 점을 판결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와 관련한 모든 의문을 풀지는 못한 ‘미완의 판결’임을 법원 스스로 암시한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유족들은 2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애초 정부의 배·보상 결정을 거부하고 2015년 9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목적이 ‘구체적인 국가의 잘못에 대한 법적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그 부분이 충족되지 않은 아쉬움 때문이다. 2심 재판에서는 보다 명확한 규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그러나 명명백백한 법적 판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진정으로 안전한 사회를 구축할 국가 역량과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세월호 아이들이 남긴 숙제를 완수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