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경영난으로 파산한 부산 침례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려는 부산시의 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보건복지부가 서부산의료원 건립이나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 중 하나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부산시가 신청한 서부산의료원 건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도 보류한 것으로 미뤄 이 같은 방침을 확고하게 내비친 듯하다. 부산에 공공병원 두 곳을 더 만드는 건 다른 지역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복지부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의 ‘2개 공공병원 동시 추진 불가’ 방침에 일각에서는 침례병원 살리려다 자칫 서부산의료원 건립마저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애초 내년 초로 잡혀 있는 서부산의료원 예비타당성 통과 등 추진 일정이 현재로서는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저런 정황으로 봐서 결국 복지부가 침례병원 공공병원화에 지원이 어렵다는 속내를 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침례병원 공공병원화는 사실 지난 6·13지방선거를 계기로 가닥이 잡혔다. 주요 4당 후보가 이를 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고,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 중앙당 공약 중 하나로 ‘부실병원 인수를 포함한 공공병원 확대’를 채택하기도 했다. 당시 복지부도 당정 정책협의를 통해 이 방침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복지부는 막상 실행 문제에 맞닥뜨리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본질은 침례병원 회생책은 공공병원 전환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부산은 공공병원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오히려 공공병원 확대를 위해선 침례병원 인수가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따라서 복지부는 지역별 형평성을 앞세우기보다 전향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부산시는 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를 설득해 서부산의료원 건립과 침례병원의 공공병원 전환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