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무드 속에 한국과 러시아 양국 정상이 손을 맞잡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 국면에 접어드는 데다 한러 공조의 틀까지 더해지는 것이라 그 의미와 기대효과가 크다고 하겠다. 2020년에 수교 30주년을 맞는 양국의 우호관계 증진은 물론이고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또 다른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남·북·러의 3각 경제협력체제를 향한 청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유라시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 한반도 긴장 완화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푸틴 대통령과는 지난해 7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9월 동방경제포럼에 이어 세 번째 회담이다. 미국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외교의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반도의 다자안보 보장·협력체제라는 면에서 바람직한 행보로 평가할 만하다. 그제 러시아 하원 의회에서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연설을 하고 ‘평화와 협력’에 대해 호응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한러 협력은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남·북·러 3국의 경제협력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면담 자리에서 주요 협력사업 구상 중 우선 철도연결에 방점을 찍은 것은 그만큼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향후 대북 제재 해제로 북한 참여가 가능해질 것에 대비하려면, 철도연결에 대한 공동연구·조사 등 사전 준비가 마땅히 이뤄져야 한다. 메드베데프 총리가 철도와 전력망에 관심을 나타냈고 LNG분야의 협력 강화도 희망했다고 하니 그와 관련한 양국의 실무작업이 뒤따라야 하겠다.

이번 회담에서 부산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러시아가 보건의료 분야 협력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수준이 비교적 낮은 러시아로서는 우리의 선진 의료기술과 시스템을 활용할 의도일 터다. 이는 부산의 의료관광 활성화에도 호기가 될 수 있다. 부산의 일부 병원은 이미 러시아 환자를 유치하고 있고, 의료 교류활동도 진행 중이다. 한러 협력이 부산 의료와 관련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