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체제 불안 해소 방안을 논의하고 내달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불거진 난기류가 결국 양국 간 실질적·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보장 방법론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이 부분이 최대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한미 정상의 합의는 일단 북미 정상회담이 정상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비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일괄타결’ 해법을 재차 강조하며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회담이 열리지 않거나 연기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은 남은 기간 적지 않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북한이 최근 경색 국면을 조성한 가운데 나온 만큼 새로운 변수임은 분명하다. 북한의 시간표에 끌려다니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북미 정상회담의 판을 깨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긴 힘들다. 북한의 공세에 맞서 결단을 압박하는 기싸움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핵 폐기 과정의 물리적 순차성을 인정하며 단계적 비핵화 방식에 다소 유연한 입장을 내비친 것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결국 남은 기간 관건은 ‘특정한 조건’을 둘러싼 북미 양국의 줄다리기에 달려 있다. ‘단계적·동시적 방식’과 ‘일괄타결’의 절충점을 양국이 어떻게 찾아가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미국은 이미 ‘선 비핵화, 후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에서 한 발 물러선 이른바 ‘트럼프식 해법’을 꺼내든 바 있다. 북미가 지금은 삐걱거리는 모양새지만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공동목표를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큰 틀에서 일괄타결하되, 단계적·동시적 방식과의 이견을 최소화할 접점을 찾는 빅딜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은 여전히 막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