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충수돌기염 수술로 며칠 입원을 했다. 6인실에 입원했는데 병상은 하나 정도 비어 있었고 5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절반 정도는 가족이나 사설 간병인이 환자 곁을 지키고 있었고 병문안객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내가 입원한 며칠 사이에도 친정엄마가 이틀 동안 병간호하느라 내내 같이 있었고 남편과 두 아이, 직장 동료와 상사가 다녀갔다. 우리나라의 흔한 입원실 모습이다.

그런데 이 흔한 모습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해준 계기는 2015년 메르스 유행이었다.

당시 확진 환자 186명 중 178명이 의료기관 안에서 발생했다. 입원 중이었거나 진료 차 의료기관을 찾았던 환자가 82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그다음으로 많았던 것은 가족 간병을 포함한 간병인이었는데 무려 61명이었다.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은 25명, 그 외 병문안객 등이 18명이었다. 심지어 환자가 응급실에 오래 머물게 된 상황에서 응급실로 병문안을 와서 메르스에 감염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되돌아보니 내가 입원했었던 그 며칠 동안 6인실에 환자와 간병인 병문안객까지 꽉 찬 병실 모습이 흔한 풍경이라 깨닫지 못했지만, 매우 이상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 인식에 따라 메르스 유행 이후 ‘병문안 문화 개선’이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가 그 대책으로 제시되었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 11월 발표한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 기준 권고’를 보면 기본 원칙은 입원환자 병문안이 환자 치료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감염병을 가지고 있거나 스스로 주의 또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은 병문안을 가지 말아야 한다. 병문안을 가는 경우에는 허용 시간에만 방문하고 단체 방문은 삼가며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을 지키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는 유사시 역학조사를 위해 병문안객 명부를 작성하고 출입자 관리를 하도록 하였다.

병문안 문화 개선 사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많은 병원이 병동 출입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였고, 아직 병문안 제한에 대한 내용을 미처 모르고 찾아온 사람들과 사소한 마찰이 있기는 하지만 병문안객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이 입원을 했다면 꼭 병문안을 가야겠는지, 혹시 치료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지, 전화 통화로 대신할 수는 없을지 먼저 생각해 보자. 병문안을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최소한 권고 사항을 지키는 정도의 예절은 필요하겠다. 아직 더 많은 홍보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병문안 문화 개선’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해법을 찾은 듯한데 이보다 더 중요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메르스 유행 이전에도 ‘보호자 없는 병원’으로 알려진 시범사업이 진행되었지만 아직까지 전면적 시행은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는 입원 병동의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최소 2배에서 최대 6배가 많다. 이로 인해 입원 환자에 대한 간호업무 일부가 간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이 떠맡게 되었고 병원비보다 간병비가 더 부담이 되는 지경으로 문제가 악화되어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소요되는 비용도 문제지만 현재 간병비를 별도로 부담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는 설득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과 이들의 과도한 업무량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이다. 쉽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다.

다인실로 된 병실도 마찬가지로 금방 바꾸기는 어려운 문제다. 1인실이나 2인실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하는 비용 문제도 있지만, 현재 지어져 있는 병원들은 대부분 다인실 구조로 되어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3년 전,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되었다. 메르스 유행이 남긴 상처는 매우 컸다. 같은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해 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것이 얼마나 진척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여전히 중동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메르스가 지금 또다시 국내에 유입된다면 과연 우리는 2015년보다 얼마나 더 잘 대응할 수 있을까?

부산대병원 감염병관리 지원단 부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