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안전작업발판 추락 사고로 8명의 사상자를 낸 해운대 엘시티 신축 공사장의 평상시 안전관리가 ‘낙제’ 수준이었다고 하니 통탄할 노릇이다. 부산고용노동청이 산업안전보건 특별 감독을 벌인 결과 법 위반 사항만 무려 266건이나 적발된 것이다. ‘사후약방문’이기는 하나, 원청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등 8개사를 사법처리한 것은 지당하다. 이런 결과는 부실 안전관리가 누적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방증한다. 이번 참사가 명백한 인재였음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엘시티 안전불감증은 부실한 안전교육, 불량 안전시설물 사용, 형식적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등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현장의 안전의식 제고와 직결되는 안전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협력업체는 용접과 고층 작업 등 위험한 업무를 하는 작업자에게 특별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원청업체는 감독·지원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했다. 또 분기별로 6시간 진행되는 안전보건교육도 생략하기 일쑤였다고 한다.그뿐만 아니라 공사 현장에서 사람과 자재를 운반하는 리프트 중 일부는 안전문 잠금장치가 이탈된 상태에서 운행됐다. 한마디로 안전시설물 자체가 불량이었는데도 누구 하나 문제삼지 않았다는 말이다. 작업 발판 등 추락 위험 장소에 안전 난간도 미설치된 상태로 작업이 진행됐다.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천운이다 싶을 정도다. 분기마다 현장 안전에 대한 심의와 의결을 하는 산업안전보건위도 필수 참여자인 사업자 측 안전관리자 없이 여러 차례 진행됐다.

문제는 이런 안전불감증이 엘시티 현장만의 특징은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어제 오전 부산 산성터널 공사장에서 50대 작업자가 터널 천장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에 맞아 숨졌다. 만연한 안전불감증이야말로 안전한 삶을 위협하는 최대 위험 요소다. 당연히 뿌리 뽑아야 할 적폐다. 가뜩이나 지금은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해빙기 아닌가. 관계 당국은 물론이고 현장 업체들까지 민관이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