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부산 도심에서 전신주가 쓰러지거나 고압전선이 끊어져 도로를 덮치는 아찔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금정구 부곡동에서 2만2900볼트의 고압전선이 지나가던 트럭에 걸리는 바람에 전신주 2개가 넘어졌다. 지난달 17일 오전, 남구 대연동에서는 2만2900볼트 고압전선이 떨어져 빗물에 불꽃이 튀면서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이 녹아내리기도 했다. 전선과 통신선이 과도하게 가설되면서 생긴 처짐 현상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전신주를 관리하는 한국전력은 통신업체들에 전신주를 빌려주고 폭리를 취하면서도 정작 전선 지중화 등 사고 예방에는 소홀하다. 시민 안전을 담보로 장삿속을 챙기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부산에는 26만8000여 개의 전신주에 3만9000여 ㎞의 공중선이 설치돼 있다. 한전의 전선과 8개 통신업체의 통신선을 합친 것이다. 한전은 공익사업이란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규정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점용료를 내고 땅을 빌려 전신주를 세운다. 그러고선 통신업체들에겐 점용료의 80배가 넘는 대가를 받고 전신주를 임대한다. 2015년 기준으로 한전이 전국 자치단체들에 지불한 점용료는 부산 1억800만 원 등 20억 원인 반면, 통신업체들로부터 벌어들인 임대수입은 무려 1661억 원에 이른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그런데도 전선 지중화율은 부산 39%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17%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전은 게다가 2015년까지 전신주 1개에 12가닥이었던 공중선의 과적기준을 4배로 늘렸다. 이 때문에 공중선이 아래로 더 처져 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보다 못한 부산시가 직접 전신주를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한전이 해야 할 일을 대신 떠맡은 셈이다. 하지만 공중선 정비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데만 8년이 걸려 앞으로 상당 기간 사고 위험에서 벗어나긴 힘들 전망이다.

시는 한전이 공공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전신주 임대수입을 전선 지중화와 공중선 정비에 쓰도록 요구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