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장관이 부산시장 선거 나올 것 같습니까?”

공직 사퇴 시한이 다가오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질문의 뉘앙스가 예전과는 다소 달라진 느낌이다.

취임 초 그 질문은 김 장관이 해양수산부에 오래 남아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직원들의 아쉬움과 조바심이 컸다면, 최근엔 ‘어차피 언젠가는 떠날 사람’이라는 심리가 기저에 깔린 듯하다.

취임 초 김 장관에 대한 해수부 직원들의 기대와 지지는 남달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휘둘렸던 해수부로선 힘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 와서 세월호 사고와 한진해운 파산 책임으로 무너진 조직을 추스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실제로 김 장관은 빠른 현안 습득과 강한 추진력으로 이 같은 조직의 기대에 부응했다. 부처 간 알력으로 어려움에 놓였던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해수부 주도로 제때 출범시키고, 해수부 역대 최대 예산을 확보하는 등 많은 성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김 장관에 대한 내부 시선이 냉랭해진 데는 지난해 11월 세월호 유골 지연보고 사태 대응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세월호에서 뼛조각을 발견하고도 미수습자 가족들의 장례 일정에 영향을 미치고 추가 수색 여론이 확산될 것에 부담을 느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김 장관은 사퇴 위기로까지 몰렸다.

세월호 인양과 수습 작업에 2년간 묵묵히 일했던 이철조 단장과 김현태 부단장은 한순간에 적폐 세력이 됐다. 이들은 해수부 내부 감사를 거쳐 인사혁신처의 징계를 앞두고 있다.그 이후 세월호 유족들이 김 부단장 등이 자신들을 위해 한 일이라며 오히려 옹호하고 나서면서 여론은 다시 반전됐다. 나쁜 의도가 없었고, 그 일로 사적 이익을 본 사람도 없기에 은폐 의혹은 부처 내 보고체계 문제로 격하됐다.

국회 등에서 은폐 의혹을 질타당하자 김 장관은 “현장 책임자가 자의적인 판단과 인간적인 정에 끌려 지켜야 할 절차를 어기고 함부로 판단해 국민적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해수부 내 기강을 해쳤다”며 사죄했다. 보고 누락에 대해선 “(그들이 왜 그랬는지) 저도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차관은 보고체계가 무너진 데 대해 ‘차관 무시’ 등의 모욕을 받으면서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해수부 내에선 “김 장관이 우리를 버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 장관이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고생했던 내부 직원들을 보호해주지 못했다며 내부 직원들은 신뢰했던 시선을 거두었다.

김 장관의 최종적인 꿈이 뭔지, 그의 다음 행보가 어딜지 몰라도 해수부 수장으로 있는 동안은 진정한 ‘내부자’ ‘원팀’이 되어주길 직원들은 원했다.

한 과장급 인사는 “해수부가 당시 여론에 몰려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이제라도 김 장관이 두 사람의 명예회복을 위해 선처를 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지에서 고생한 사람들이 무거운 징계를 받게 된다면 앞으로 누가 그 일을 하려 하겠느냐”는 직원들의 자조도 나온다. 이들의 바람대로 김 장관이 나서서 그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길, 아마도 그게 조직에서 ‘원팀’으로 인정받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서울경제부 차장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