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와 관련한 악성 댓글이 도를 넘었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일부 네티즌이 특정 선수를 향해 악성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살해 협박까지 있다니 정정당당한 승부에 박수를 보내고 결과에 승복하자는 대부분 네티즌의 올바른 태도가 무색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서 자제를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 세계 손님을 초청해 베푸는 잔칫상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일이자 평화와 친선이란 올림픽 정신에 먹칠하는 결례다.

캐나다 여자 쇼트트랙 선수 킴 부탱의 예는 외신 기자의 지적처럼 ‘평창올림픽의 어두운 단면’이다. 경기 외적인 문제로 국제적 쟁점이 되었으니 하는 말이다. 지난 13일 여자 쇼트트랙 500ｍ 결승에서 2위로 골인한 우리나라 최민정 선수가 추월하는 과정에서 킴 부탱의 무릎을 건드린 것으로 지적돼 실격한 것이 발단이다. 킴 부탱은 소셜 미디어 계정이 욕설로 도배되자 비공개로 전환했다. 캐나다 경찰과 IOC는 킴 부탱이 받은 살해 협박과 온라인 공격을 조사하고 있다.이런 사태가 처음이 아니어서 더 큰 문제다. 2014년 소치올림픽 때는 영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 엘리스 크리스티가 악성 댓글 공격을 받았다. 여자 500ｍ 결승에서 우리나라 박승희 선수와 충돌하는 바람에 박 선수가 금메달 기회를 놓쳤다는 게 이유였다. 크리스티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토로했었다. 킴 부탱이 악성 댓글의 충격을 딛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는 지난 17일 여자 1500ｍ 결승에서 동메달을 딴 뒤 “악성 댓글에 상처는 입었지만 화는 안 났다”며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경기는 앞으로 여자 3000ｍ 계주와 1000ｍ, 남자 500ｍ와 5000ｍ 계주 등이 이어진다. 더 성숙하고 품위 있는 응원 문화를 보여줄 기회는 아직 남았다. 비단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모든 경기가 마찬가지다. 메달도 중요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에 모든 걸 건 선수들을 따뜻하게 격려하는 매너 있는 응원 문화도 그만큼 중요하다. 이는 올림픽 개최 국가라는 자부심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