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립을 위한 국회 논의가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이다. 공수처는 국민의 86% 이상이 찬성하는 검찰 개혁의 상징이란 점에서 대다수 국민 염원을 저버리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이 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바로서지 않고는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고, 검찰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국민 인식을 외면한 처사라는 얘기다.

한국당 내에서도 전향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검찰이 ‘정치보복’ 도구가 안 되도록 견제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였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를 추천해 국회가 1명을 선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에서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형태로 변경한다면 공수처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를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여 논의 진전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그 싹을 잘라버렸다.홍 대표는 공수처에 대해 “충견(검찰)도 모자라 맹견(공수처)까지 풀려고 한다”고 했다. 검찰의 과거 행태를 권력의 충견으로 본 건 모두가 공감하는 지적이다. 검찰이 그리 안 되게 하려면 독립적인 위치에서 검사 등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제2의 우병우 등 정치검사를 막을 수 있다. 한국당이 공수처를 반대하는 건 구시대적 퇴행이다. 15대에서 20대 국회까지 발의된 14건의 공수처 설립법안 중 한국당이나 그 전신인 새누리당, 한나라당의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 하나도 없다. 심지어 2004년에는 한나라당 의원 30명이 공수처신설추진계획 백지화를 촉구하는 안을 내기도 했다. 그 연속 선상에 한국당이 있다.

한국당이 계속 반대할 경우, 공수처설치법안을 국회 법사위 심의 없이 바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해야 한다. 공수처 설립은 대국민 약속이다. 국민은 정치권의 약속 이행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