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지난해 연말 뽑은 ‘2016 시정 베스트 10’ 가운데 1위는 김해신공항 건설 확정이었다. 시민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서부산권 발전 프로젝트 본격화, 부산형 도시재생 모델 등과 함께 파워반도체 상용화 사업이 이름을 올렸다. 파워반도체 상용화 사업은 같은 해 12월 국책사업으로 확정됐다. 부산이 파워반도체 메카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시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난 1월 ‘2017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신재생에너지와 파워반도체를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기술 100개를 선정해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파워반도체를 차세대 8대 반도체 기술 중 하나로 꼽았다.

반도체라면 삼성전자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파워반도체란…. 게다가 반도체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실리콘(Si) 칩 대신 탄화규소(SiC)와 질화갈륨(GaN)을 사용한 것으로, 전력공급장치의 크기를 줄이면서도 에너지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소재라는 사전적 설명을 들어도 그야말로 알쏭달쏭하다.

그런데 이게 실생활에 성큼 다가와 있다. 유해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자동차를 예로 들 수 있다. 전기자동차의 파워반도체는 연비를 높이고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처럼 파워반도체는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자동차,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 가전 및 디스플레이스, 사물인터넷, 반도체 등의 발전에 큰 몫을 차지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전력 에너지 절감과 효율성 제고의 핵심 이슈라는 이야기다.문제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압도적 세계 1위이나 파워반도체 분야에선 우리나라가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부산시가 파워반도체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제 오후 부산시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부산테크노파크에서 ‘파워반도체 상용화 사업 협약식 및 간담회’를 열었다. 2023년까지 836억 원을 투입해 부산을 파워반도체 메카로 만드는 사업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동남권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에 있는 파워반도체 기업 집적지역의 산업클러스터 지정과 함께 파워반도체 신뢰성 평가·인증 실증센터 구축 등이 하루빨리 이뤄져야겠다. 미래산업 선점은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