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2021년부터 가동될 중입자가속기 운영을 서울대병원이 맡게 됐다. 중입자가속기는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얻은 에너지로 정상세포는 보호하고 암세포만 골라 치료하는 ‘꿈의 암 치료기’다. 부산의 암치료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았으니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중입자가속기 치료가 시작되고 그 운영도 서울대병원이 아니라 부산 의료계가 주축이었어야 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1950억 원을 투입하는 중입자가속기 개발사업은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분담금 750억 원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서 뒤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중입자가속기가 설치될 치료센터를 완공하고도 놀리는 이유다. 급기야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지난 3월 ‘750억 원의 분담금을 내면 중입자가속기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운영권을 모두 준다’며 사업주관 기관 찾기에 나섰고, 서울대병원이 선정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업은 4년 이상 늦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이 올해 안으로 중입자가속기 치료장비를 발주하면 빨라야 2021년 하반기에야 암 환자 치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가 서울대병원에 초기 운영비를 지원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여지도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부산 대학병원들이 힘을 모아 나설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다. 중입자가속기는 물론이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까지 서울대병원이 운영하게 됨에 따라 부산 의료계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부산 의료계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두고 서울대병원과 경쟁해야 할 처지가 됐다. 부산 환자의 수도권 유출이 걱정거리였던 터다. 부산 의료계는 서울대병원과 발전적 경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겠다. 서울대병원도 중입자가속기를 토대로 동북아 의료허브로 거듭나려던 ‘부산의 꿈’을 고려해 부산 의료계와 상생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