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홍 대표는 ‘서 시장 교체론’에 대해 발언한 적은 없다. 하지만 측근이나 주변인의 이름을 빌리거나, 자칭 ‘측근’이라는 이들이 서 시장을 흔든 것은 사실이다.

홍 대표가 서 시장 외에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 시장도 중앙 권력이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지지도가 낮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홍 대표와 서 시장의 때 이른 ‘공천 갈등’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홍 대표 스스로 이야기하듯 지금은 안보 위기 해소와 보수의 재건을 위해 중대한 시기다. 보수 정당의 두 정치인의 갈등이 이 두 가지 난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어떻게 몰락했는가에 대한 반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이 몰락의 길로 걸어간 첫 번째 원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친박(친박근혜)계 이너서클의 사당화라는데 이견이 없다. 특정 세력의 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은 국민이 안중에 없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견제도 없었다.

이번 홍 대표와 서 시장 간 갈등도 이런 사당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홍 대표와 서 시장 간 갈등은 모두 제대로 된 정치적 성과가 없다 보니, ‘집안싸움’으로라도 국민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는 아니라는 계산법도 있을 만하다.하지만 두 사람의 갈등은 한국당이 건강한 야당으로 질적 변화를 해 달라는 부산시민의 요구와도 배치된다. 제1 야당이 바로 서지 않으면 여당은 느슨해지고 국정과 시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당장 부산시정에 악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게 바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통과된 항만공사법 개정안(항만위원에 대한 부산시 추천권 축소), 극지활동진흥법 제정안(극지 관련 업무를 인천 잔류 극지연구소에 몰아줌) 등이다. 이 두 법안은 부산에 불이익을 끼치는 법안들이다. 부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이 장관으로 있는 해양수산부가 이 법안들에 대해 동의를 했고 부산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부산의 핵심 정치세력이라는 한국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홍 대표와 서 시장은 보수의 몰락 원인을 다시 고민해 주길 바란다. 한국당이 부산 울산 경남의 대표 정치세력이라는 ‘남은 이미지’라도 지키고 싶다면 시민과 시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싸움은 멈춰야 한다.

서울본부 정치부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