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일부 기초단체가 육아휴직 중인 공무원의 출입국 여부를 본인 동의 없이 확인하는 건 말썽의 소지가 다분하다. 한 여성 공무원이 육아휴직 중에 지인들과 나흘간 해외 여행을 다녀온 것에 대해 그의 소속 구청이 “보고하지 않았다”며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게 발단이 됐다. 그 과정에서 구청 측은 관계기관을 통해 그 공무원의 출입국 정보를 알아냈다고 하니, 인권침해란 반발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휴직 공무원과 관련한 규정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행정안전부 지침에는 휴직 목적 외 사용에 대한 실태를 반기별(육아휴직은 분기별)로 점검하도록 돼 있지만, 검증방법과 심사에 대한 규정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전화로 연락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휴직 중 개인 사생활을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 보니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휴직 공무원의 출입국 동태를 몰래 알아보는 무리수가 나오는 것 아닌가.그동안 육아휴직을 이유로, 아이와 동반하지 않고 장기간 여행을 다니거나 해외에 체류하는 등의 부작용이 상당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육아휴직 중인 공무원은 다른 건 할 수 없고 1년 내내 아이만 돌보고 있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육아의 짐에서 한동안 벗어나 국내외 여행을 즐길 수 있고, 휴직 기간을 이용해 공부와 자기계발 등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육아휴직 기간의 생활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물론 육아휴직 기간을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워낙 심각하고, 그 해법의 하나로 육아휴직이 정부 차원에서 적극 장려되는 점을 감안하면 휴직 기간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 점에서 출산율이 높은 유럽 선진국들의 휴직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을 받는 휴직자 복무규정에 대해서도 차제에 개정의 물꼬가 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