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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부산시는 지금쯤 어디 있을까. 기자는 일부만 21세기에 진입했다고 정리하고 싶다. 머리는 4차 혁명을 부르짖는 21세기에 들이밀어 복잡한 세계를 목격하고 따라잡으려 애를 쓴다. 하지만 몸통과 꼬리는 여전히 경계선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최근 부산지역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중·동·서·영도구의 원도심 통합이다. 여기서는 통합의 찬반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찬성과 반대 논리가 지면을 통해 충분히 보도됐기 때문이다.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과정이다. 원도심 통합의 주체는 4개구 주민이다. 주민이 필요성을 느끼고 절실하게 원해야 통합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통합을 가장 바라는 주체는 4개구 주민이 아니라 부산시로 보인다. 그것을 증명하는 극단적 사례까지 나왔다.
최근 부산시는 원도심 통합 홍보활동을 하라고 5급 중간간부 350여 명을 원도심 4개구로 보냈다. 부산시의 실무를 총괄하는 중간간부들이 자신의 업무가 아닌 원도심 통합을 알리려고 귀한 시간에 4개 구의 경로당과 병원 등을 헤메고 다닌 것이다.
한 번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세 차례나 계획했다가 분위기가 좋지 않자 일단 두 번에서 그쳤다. 현장에 다녀온 간부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주민들에게 원도심 통합의 필요성을 알리고 왔다.” “대충 시간만 때웠다.” “주민들 절반 이상이 원도심 통합이 뭔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어 놀랐다.” “갑자기 원도심으로 나가라고 명령하니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원도심 통합에 가려져 있지만 최근 비슷한 맥락을 지닌 일들이 부산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공세적 홍보다. 부산시는 민선 6기 핵심 브랜드 6개를 추려서 대대적인 홍보를 준비하고 있다. 또 개통 이후 여전히 찬반 양론이 끓는 BRT(중앙버스전용차로)에 대한 홍보물을 수만 부 제작해 뿌렸다.
뒷말도 무성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고위 간부는 “다분히 지방선거를 의식한 게 맞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선 6기의 좋은 정책을 시민이 잘 몰라서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홍보에 나섰다”고 말했다.
원도심 통합부터 공세적 홍보까지 부산시가 일관되게 빠뜨린 대목이 있다. 부산시가 홍보하려는 브랜드와 사업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충분히 보도됐다. 어디 그뿐인가. SNS로 시정은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부산시의 정책과 사업 내용에 관한 정보는 온·오프 라인에 흘러 넘칠 정도다. 그래도 시민들이 잘 모르고 관심이 없다면 단순히 홍보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의 피부에 와 닿지 않거나 시민이 절실하게 원하는 정책이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부산시의 몸통과 꼬리가 21세기로 진입하려면 정책과 사업을 일방적으로 공급하고 홍보하는 20세기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자인 시민과 함께 가야 한다. 지금처럼 20세기 방식을 고집하면 부산이라는 공룡은 20세기와 21세기의 경계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사회1부 차장 kuki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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