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 28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에서 기업인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첫 공식 만남인 이 자리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재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기업인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공정경제 실현 등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 회동은 기업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 상호이해의 폭도 커지게 됐다. 행사가 별도의 발표 순서나 시간에 얽매이지 않은 채 열린 공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진행된 것도 눈여겨볼 만했다. 대통령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상명하복식으로 전달하는 바람에 대통령과 재계 간담회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기 일쑤였던 과거의 사례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첫 만남이 출발은 좋았다지만 이것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회동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재계가 대통령 앞에서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제대로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사실 최저임금 현실화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현 정부가 추구하는 몇몇 경제정책은 재계의 처지에서 볼 때 썩 달갑지 않은 것들이다. 사안에 따라 어느 순간 양측의 갈등 촉발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재계는 서로간에 다소의 입장 차이가 있더라도 경제 활성화라는 대전제 아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양측의 상호협력이 없다면 새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건 좋은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불평등 해소,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 소상공인 생업터전 보전, 내수시장 회복 등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재계 역시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아무쪼록 이번 청와대 간담회를 계기로 정부와 재계가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힘을 합쳐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