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양수호 및 안전의 중요성이 다른 어느 국가에 견줄 수 없을 만큼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직이 없어졌다가 정부조직법 공포·시행으로 2년 8개월 만에 공식 부활한 해양경찰청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그래서 남다르다. 특히 1953년 해경 창설 당시 본부가 자리했고 현재 명실상부한 우리나라의 해양수도를 표방하고 있는 부산으로서는 해경 부활이 더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해경은 지난 26일 재출범을 하면서 든든한 안전, 당당한 주권, 공정한 치안, 깨끗한 바다, 탄탄한 해양경찰 등을 국민과의 약속으로 제시했다. 신임 수장으로 임명된 박경민 해경청장도 “해경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국민의 열망이 있어 조직이 부활한 것”이라며 과거 해경과 다른 모습을 틀림없이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해경은 해체 당시 경찰청에 넘겨줬던 일부 수사·정보기능도 되돌려 받을 것으로 보여 빠른 시일 내 조직의 기틀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해경의 부활이 단순히 와해됐던 조직을 되살리는 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구성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터다. 해경이 해체의 비운을 겪은 것은 세월호 참사 때 나타난 적절치 못한 대응에서 비롯됐다. 모든 책임을 해경에게 돌릴 수는 없지만 구조 과정에서 해경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했다면 인명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해경 해체가 성급하다는 각계의 지적이 묻혀버린 것은 해경에 대한 국민들의 이런 실망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경은 부활을 계기로 든든하게 해양 주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해양생업을 지키는 본래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해경이 해양사고 대처 등에서 또 한 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신뢰는 다시 추락하게 된다. 경찰청과의 수사권 조정과 본청 이전 여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건 국민안전에 비하면 부차적인 사안에 불과하다. 조직 해체라는 수모를 딛고 부활한 해경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