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menu search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출근하듯 성실하게…협업하듯 단합되게…칼퇴하듯 경쾌하게…‘직딩’의 저력, 직장인 밴드

정인덕 기자 iself@kookje.co.kr | 2024.06.19 18:45
몇 년 전 등장한 ‘워라벨’ 이라는 신조어는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됐다. 그만큼 여가와 취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증가했다는 의미다. 취미생활은 다양하다. 하지만 각각 악기를 담당해 매주 연주부터 보컬까지 꾸준히 함께 연습하는 직장인 밴드를 결성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시간과 노력, 비용 등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낮엔 직장인으로 살아가면서, 밤엔 밴드로 변신하는 이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음악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합주실에서 직장인밴드 ‘고스트네이션’이 연습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인덕 기자
◇부산의 직장인밴드

부산에서 처음으로 직장인 밴드가 등장한 시점은 명확치 않다. 다만 1980년대 대학생 밴드로 활동하던 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1990년대 직장인으로 자리 잡고도 밴드 활동을 이어 온 것으로 추정한다.

1980년대 부산대 재학생 밴드 ‘미케닉스’에서 음악을 했던 김범환(60) 씨는 “1980년대에는 부산에서 일본의 방송 전파가 잘 잡혔다. 일본과 인접했기 때문에 당시 앞서가던 일본의 음악 문화가 부산에 가장 먼저 유입됐다”며 “당시 프로 밴드의 실력은 부산이 가장 뛰어났고, 대학생 밴드도 부산대 동아대 등 부산지역 대학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부산대 대학생 밴드 ‘미케닉스’의 공연 모습. 김범환 독자 제공
이어 “특히 부산대에는 의과생들이 만든 ‘메디컬 포’와 공대생들이 만든 ‘미케닉스’ 등 숫자도 많았다. 굳이 취미로 활동하는 직장인 밴드의 뿌리를 찾자면 대학생 밴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직장인 밴드 문화는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맞았다. 기타 학원 등을 중심으로 밴드가 생겨나고, 친한 밴드끼리 알음알음 함께 교류하던 시점을 지나 인터넷 통신이 발달하며 ‘다음 카페’ 등을 통해 동호회 형식으로 발전했다. 동호회는 합주실을 중심으로 여러 밴드가 연합된 형태였는데 문현동의 ‘뮤직 팩토리’, 연산동의 ‘더 후’ 수영의 ‘어스(US)’ 등이 부산에서 대표적이다.

직장인 밴드 동호회 ‘뮤직팩토리’ 회장을 맡고 있는 정영일(52) 씨는 “2010년대에는 동호회끼리 함께 모여 공연하는 등 교류가 활발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큰 폭으로 숫자나 교류가 줄었다. 젊은 층의 관심 장르가 힙합 등으로 바뀐 이유도 있을 것이다”며 “최근 다시 조금씩 회복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기준 부산문화재단이 파악한 부산지역 밴드 생활문화동아리 숫자는 29개이며, 활동 인원은 298명이다. 이중 절반가량은 직장인 밴드로 파악된다. 다만 집계할 때 응답하지 않은 밴드가 많고, 직장인 밴드는 탄생과 해체가 가변적이라 실제론 훨씬 많은 숫자의 밴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르는 하드 록부터 팝까지 다양하다.

김종군 부산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2016년 직장인 밴드를 대표하는 부산시 음악(밴드) 생활문화연합이 만들어졌다. 최근 이곳에서 축제를 기획했을 때 150팀 이상이 신청했다. 집계되지 않은 밴드들이 부산에 매우 많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직장인 밴드의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이전에는 밴드가 연합된 동호회 형태가 강세였지만, 이제는 각 밴드가 별도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젊은 2030세대도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활동하는 밴드가 많다. 주로 대학생 밴드에서 뻗어져 나온 경우”라고 말했다.


◇밴드 활동 이유

지난 16일 부산예술대학에서 열린 ‘부산음악캠프’에서 직장인 밴드가 공연하고 있다. 이재웅 독자 제공
직장인 밴드는 바쁜 시간을 쪼개 1주일에 1회 합주 연습을 하고, 합주를 위해 개인 연습을 열심히 한다. 이들이 직장인 밴드로 활동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밴드원들은 스트레스 해소 등 일반 취미에서 느끼는 장점도 있지만, 밴드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직장인 밴드 ‘디데이밴드’의 하신아(49) 보컬리스트는 “원래 공연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공연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줄어들었다. 직접 연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장인 밴드에 가입했다”며 “등산이나 운동 등 취미생활과 같다. 음악을 연주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유일한 삶의 낙”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책임감을 갖게 된다. 합주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거나, 합주 구간을 확실히 연습해야 한다. 함께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진 만큼, 팀에 피해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밴드 ‘히드락’의 박중서 보컬리스트는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다. 갈고 닦은 것을 불특정 다수 앞에서 선보인다. 일반 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며 “지인이 꽃을 들고 오거나, 자녀를 초대하는 즐거움도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 것 같다. 쉽게 사람을 만나기 힘든 시기인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인 만큼 관심사가 확실하다. 금방 친해진다”며 “‘합주 후 합주’라고 말할 정도로 회식 등 소통 기회도 많다.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까지 이어지는 커플이 있기도 하다”고 했다.


◇정서적인 도움

전문가들은 직장인 밴드 활동이 정서 안정과 직장에서의 업무 효율성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한다.

한림대 성심병원 전덕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번 아웃’이 되지 않도록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것이다. 그를 위한 방법은 개인마다 취향이 달라, 자신에게 맞는 해소법을 찾아야 한다”며 “음악 자체가 정서 안정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여러 명이 함께해야 하는 밴드 활동 특성상 유대를 쌓기도 좋을 것 같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활동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업무 효율성도 증가하고, 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지역의 직장인 밴드 동호회

- 부산 최대 규모 ‘뮤직팩토리’
- 큰 무대 설 수 있는 ‘줄줄이밴드’

퇴근 후 부산 곳곳에서 그들만의 ‘소리’를 만드는 직장인 밴드 동호회를 소개한다.

■초보자 강습에도 특화, 최대 규모 ‘뮤직팩토리’

게티이미지뱅크
뮤직팩토리는 현재 부산에서 가장 큰 직장인 밴드 동호회다. ‘히드락’ 등을 포함해 12개의 밴드가 속해 있다.

2006년 1월 초대 회장이었던 손성호 씨등 몇 명이 의기투합해 다음 카페(cafe.daum.net/busanband)를 개설하며 시작됐다. 합주실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부산은행·국제금융센터역 4번 출구 인근이다.

정영일 뮤직팩토리 회장은 “우리 동호회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 보컬 등 각 장르의 강사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30~40년 악기를 연주한 연주자들이 강습을 한다”며 “초보자도 수강하면 3~6개월 사이 무대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저렴한 회비로 초보자도 악기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강점”이라고 말했다. 문의 뮤직팩토리 다음 카페.

■진지한 음악 접근성, 큰 무대 설 수 있는 ‘줄줄이밴드’

줄줄이밴드는 진지하게 음악을 접근하는 사람이 참여하면 좋은 동호회다. 현재 4개의 밴드가 속해있다.

2013년 초대 회장이던 이현진 씨를 포함해 10명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 현재는 네이버 밴드(https://band.us/band/77057364)와 다음카페를 통해 운영된다. 합주실은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있다.

이현진 줄줄이밴드 회장은 “진지하게 음악을 접근하시는 분이 동호회에 많이 참여해 주시면 좋겠다. 지역에서도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다”며 “우리 동호회의 장점은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점이다. 금사동에 자리한 ‘금사락’은 서면의 상상마당을 제외하고, 밴드가 설 수 있는 가장 큰 무대라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동호회는 줄줄이 밴드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문의 줄줄이밴드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국제신문 뉴스레터
당신의 워라밸 점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