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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런 곳이 있었네…지도에 없는 ‘대마도의 봄’

쓰시마섬 1박2일 렌터카 여행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2024.04.03 18:55
- 부산서 배로 80분 소요 해외여행지
- 내비게이션 없이 렌터카 여행 시도
- 한국인 관광객이 잘 모르는 곳 누벼

- 장쾌한 유이시야마 풍광 감탄하면서도
- 왜군 집결지 오우라 내려다보여 먹먹
- 탑 보존된 오메가공원 바다·벚꽃 명소
- 바람 거센 ‘폭풍의 언덕’ 센뵤마키야마
- 구석구석 숨겨진 보석 같은 장소 발견

봄 대마도? 솔깃한 제안이었다. 청량한 봄 바다, 향긋한 봄꽃, 따스한 봄볕이 떠올랐다. 게다가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이다. 배 타고 80분 가면 닿는다. 곧장 답했다. “갑시다! 대마도.”
센뵤마키야마 정상부에는 나무가 없고, 드넓은 풀밭이 펼쳐져 있다. 대마도 사람들은 여기서 메밀을 수확했다고 한다. 바다 풍광도 시원스럽다.
그러면서 솔직히 이런 생각도 했다. 대마도에는 그간 대여섯 번 다녀왔는데, 가볼 만한 장소만 따지면 거기서 거기 아닐까? 이런 망상도 해봤다. 내가 대마도에 관해 좀 아는 게 아닐까? 지난달 29~30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팬스타 쓰시마링크호를 타고 다녀온 일본 대마도 봄나들이는 ‘내가 좀 가봐서 아는데 대마도는 거기서 거기’라는 짐작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착각은 산산이 깨지고 흩날려 바다에 빠졌다.

비록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렌터카로 자유롭게 이곳저곳 구석구석 다녀본 대마도는 ‘충격의 연속’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로 새로웠고 멋졌다.

■유이시야마(結石山)산림공원

산성 터가 있는 유이시야마에서 한국 쪽 바다를 굽어보는 일행.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와 아내 이순애 씨, 조철현 전 사상문화원 사무국장은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1. 여행 목적으로 대마도에 수십 번 다녀왔다. 2. 그때마다 관광객은 잘 가지 않는 대마도 구석구석 명소를 찾아 즐겼다. 3. 대마도를 보기 드문 힐링 여행지로 꼽는다. 4. 여행지로서 대마도를 사랑한다. 한 달쯤 전 색다른 봄나들이를 궁리하던 자리에서 이렇게 뚝딱뚝딱 일행이 꾸려졌다. 패키지여행도 아니었고 특정 프로그램 참가 일정도 아니었다. 우리는 렌터카로 여행하기로 했다.

일행이 대마도 히타카츠에서 빌린 렌터카에는 놀랍게도(!) 내비게이션이 없었다. 이 얼마나 드문 체험인가. 걱정할 건 없었다. 운전을 맡은 조철현 전 사무국장은 마치 자기집 마당 다니듯 편하고 안전하게 대마도 좁은 길을 누볐다. 히타카츠항 근처 사스나에 있는 식당 ‘소바도장’에서 소바로 점심을 먹은 일행은 ‘결석산(結石山)산림공원’으로 올라갔다. ‘結石山’ 발음은 ‘유이시야마’(Yuishiyama)인데, 부산으로 돌아와 ‘쓰시마의 모든 것! 가이드 맵’(한국어판)을 살피니 이 지도에는 안 나온다. 그만큼 한국인 관광객은 잘 가지 않는 곳이었다.

작은 차로 좁은 도로를 한동안 올라가자 정상이 나왔다. 산은 깨끗했고 바다 경치는 장쾌했다. 정상 근처 벤치에서 신선처럼 바둑을 두던 어르신 서너 명이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하지만 유이시야마 풍광이 마냥 마음 편치는 않았다. 조 전 국장이 설명했다. “저기 아래 보이는 포구와 바다는 오우라(大浦)인데, 임진왜란 때 왜군이 집결했다가 조선 침략을 시작했던 곳이죠.” 산꼭대기 일대에 유이시야마 성터가 있다. 안내판에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관련 있는 산성이라고 돼 있다. 침략군이 출항한 포구와 바다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오메가공원, GPS의 과거를 보다

오메가 공원에 여전히 서 있는 오메가탑의 기반 시설. 희귀한 산업유산이다.
‘오메가’ 공원으로 갔다. 대마도의 단풍 명소 슈시와 가까운 오마스에 속하며 바닷가 낮은 곳에 절묘하게 자리잡은 멋진 공원이다. 이곳 또한 한국어판 ‘쓰시마의 모든 것! 가이드맵’에 안 나온다. 아니! 이토록 멋지고 접근성 좋고, 아늑하고 조용하며 벚꽃도 피고 바다도 예쁜 이곳이 왜 관광지도에는 안 나올까 하고 생각했다.
오메가공원에는 보기 드문 산업유산이 있다. ‘오메가탑(塔)’의 흔적이다. 최원준 시인이 설명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오메가공원 바닷가 잔디밭에는 높이 10m 받침대 시설과 와이어, 직경 3m 금속관이 보존돼 있다. 원래 이 받침대 시설에는 높이가 무려 455m에 이르렀다는 ‘탑’이 서 있었다. 용도는 배나 비행기가 ‘오메가 항법 시스템’을 활용해 위치를 구할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세계 8곳에 이런 탑이 설치돼 있었고, 아시아에는 유일하게 대마도에 세웠다.

1970년 10월 짓기 시작해 1975년 완공하고 그해 5월부터 제구실을 톡톡히 했다. GPS가 하루가 다르게 발달했다. 주어진 쓸모를 다한 455m 오메가탑은 보존·유지·관리가 너무 어려웠다. 일본 정부는 철거하기로 했다. 1998년 해체를 시작해 2000년 3월 마무리했다. 탑 일부는 바다에 가라앉아 인공어초가 됐다. 오메가공원은 바다 풍광이 유난히 예쁘고 아늑했다. 벚꽃도 핀다. 색다른 대마도를 원하는 분께 자신 있게 권한다.

■센뵤마키야마, 폭풍의 언덕

센뵤마키야마 풍력 발전기 근처는 특히 바람이 거셌다.
조 전 국장이 말했다.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 가보까예?” 최 시인이 답했다. “뭐라카노! 거가 어데 바람의 언덕이고? 폭풍의 언덕이지.” 대마도 여행의 전문가인 두 사람이 콩콩 벌이는 실랑이를 기분 좋게 흘려들으며 렌터카가 올라간 곳은 ‘센뵤마키야마’(Mt. Senbyomaki)였다. 한자로 ’천표시산(千俵蒔山)’으로 쓴다.

“대마도는 산악 지형이고 들판이 너무 좁죠. 곡식 기르기 어렵고 식량은 언제나 모자랐습니다. 센뵤마키야마(287m) 정상부에는 나무가 없지요. 고원의 들판 같아요. 대마도 사람들은 여기 메밀씨를 뿌려 재배해서 먹고 살았다고 합니다.” 조 전 국장의 설명은 늘 간명했고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러나 센뵤마키야마 정상이 바람의 언덕이냐 폭풍의 언덕이냐 하는 ‘논쟁’에서는, 이날만큼은 최 시인의 손을 들어주어야 했다. 바람이 너무 거셌다. 일행이 차를 몰고 정상까지 올라간 지난달 29일, 센보마키야마에는 바람이 엄청났다. 서 있기 힘들었다. 바람을 등지고 뒤로 눕는 동작을 취해봤는데 뒤로 자빠지지 않았다. 이날만 유독 이랬던 건지 알 수 없다. 어쨌든 여기는 ‘폭풍의 언덕’이다. 정상 안부에는 큰 풍력발전기가 슈웅 슈웅 돌아갔다.

가난했던 시절 메밀을 길러 대마도 사람을 먹인 센뵤마키야마는 이제 풍력으로 도움을 준다. 센뵤마키야마 정상에서 본 바다 풍경은 장대·장쾌했다. 산에서 내려와 바닷가 도로에 접어들었을 때 조 전 국장이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가 곧 나오는데 가볼 테냐”고 물었다. ‘천표시산’에서 호쾌한 체험을 방금 한 우리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냥 갑시다.” 인근 사고(佐護) 마을에 ‘신라국사박제상공순국지비’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일행이 모두 말했다. “거긴 꼭 갑시다.” 우리는 당당하고 치열했던 사람 박제상의 넋에 술을 올렸다.

■남쪽을 돌다, 최남단 쓰쓰자키는 놓치다

대마도 남쪽 구와 마을에서 만난 수양 벚꽃.
일행은 이튿날 대마도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후나에 유적, 대마도에 고구마를 전한 감저옹 하라다(原田) 사부로우에몬 기념비, 임진왜란 때 대마도로 가게 된 공주(선조 임금의 딸)가 잠든 ‘조선국왕희(王姬)의 묘’를 둘러본 뒤 남쪽으로 갔다. 작은 렌터카로 대마도 남쪽을 돌아보는 여정은 짜릿하고 무서웠다. 높디 높은 산맥 8부 능선까지 올라갔다가 바닷가 작은 마을로 꼬불꼬불 내려가는 길이 반복됐다.

곳곳에서 우락부락하고 깊고 청정한 대마도 자연을 느꼈다. 작고 한적하며 접근하기 힘든 아가미 마을, 구와 마을을 거쳤다. 구와 마을에서 본 수양 벚꽃은 잊을 수 없다. 대마도 남단 쓰쓰에는 가지 못했다. 사진을 보니, 쓰쓰자키는 꼭 가볼만 한 곳이다. 다음 번 ‘대마도 렌터카 여행’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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