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아버지 선산 상속받은 뒤
- 주변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
- 6부작에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 ‘트롤리’ 등과 연기 색깔 차별화

- “욕하는 대사에 쾌감…더 늘렸죠
- 연 감독과 동료배우 호흡 만족
- 쉼 없이 달려와…재충전하고파”

최근 들어 연기의 색깔이 더욱 짙어가는 배우 김현주가 또 한 번 깊은 감정이 배인 얼굴로 찾아왔다.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에서 누르고 있던 본능이 깨어나게 되는 순간 억눌려 있던 모든 감정과 본성이 폭발하는 인물을 연기한 것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에서 급작스러운 작은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윤서하 역의 김현주. 그녀는 ‘지옥’, ‘정이’에 이어 ‘선산’까지 연상호 감독(‘선산’은 대본 집필)의 ‘연니버스’를 함께 쌓아가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가족이라는 존재에 관해 질문하는 ‘선산’은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뒤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불길한 일과 가족의 비밀에 대한 6부작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현주는 불발된 교수 임용과 남편의 외도까지 연이은 불운 이후 선산을 상속받지만 존재를 몰랐던 동생의 등장과 주변 인물들의 죽음을 겪는 윤서하 역을 맡았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현주는 “‘선산’ 대본을 받았을 때 추리하는 재미가 있었다. 살인사건 범인은 누구일까?, 나(윤서하)일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며 읽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제가 생각한 대로 영상이 펼쳐진다면 무척 다채롭고 신선한 느낌이 드는 색깔의 장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선산’에서 느낀 매력을 덧붙였다.

김현주는 드라마 ‘지옥’, ‘트롤리’에 이어 ‘선산’까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이에 대해 “심리적으로 쫓기거나 정서적인 면을 분석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며 “뭔가 벽에 부딪히고, 내몰리고, 몰아붙여져 심리적으로 압박당하는 순간을 표현하는 촬영에 힘들기보다 재밌게 임하는 편”이라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연기의 즐거움을 설명했다.또한 ‘선산’은 ‘지옥’,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과 세 번째 함께 하는 작업이다.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한 ‘선산’은 연 감독이 집필만 했다. 김현주는 “연 감독님과 몇 작품을 계속해 오며 의지할 수 있는 동료라고 생각하게 됐다. 또 배우로서도 은인이라는 표현까지 할 수 있다. 배우로서 굉장히 좋은 감독님을 만났으니까”라며 연 감독과 만남을 소중하게 여겼다. 이어 “제가 갈구했던 역할이나 색깔의 작품을 할 수 있게 해주셨고, 저 자신도 몰랐던 부분을 깨우치고 끌어내 주신다.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스릴러 장르에 대한 연기 도전에 연 감독이 큰 도움을 줬음을 밝혔다.

‘선산’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번 ‘선산’에서 김현주는 지난 ‘지옥’이나 ‘트롤리’와 다른 연기 변주를 보여준다. 이전에는 주로 감정을 안으로 삭이는 모습을 보였다면 ‘선산’에서는 감정을 발산한다. 특히 차지게 욕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그녀는 “너무 시원했다. 여태 연기하면서 참았던 것을 내뿜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화를 내도 감정을 억누르는 톤의 연기를 많이 해왔는데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 다 발산해 버리자고 생각했다. 그게 윤서하하고 맞는 것 같았다. 굉장히 희열이 있었다”고 ‘선산’을 통해 또 하나의 연기 색깔을 갖게 됐음을 전했다. 원래 대본에는 욕하는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김현주는 이를 살려 더 많은 욕을 넣어 캐릭터를 발전시킨 것이다.

‘선산’에서는 ‘트롤리’에서 남편으로 출연했던 박희순이 형사 역을 맡아 연이어 호흡을 맞췄다. 특히 ‘트롤리’의 막바지 촬영과 ‘선산’의 초반 1, 2회 차가 겹치기도 했다. 김현주는 “박희순 씨와 ‘트롤리’에서 감정적으로 무척 붙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래서 둘 다 ‘선산’에 대해 고민했다. 다행히 ‘선산’에서는 두 사람이 붙는 장면이 많지 않다. 만일 멜로가 있다거나 깊은 관계였다면 고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윤서하의 이복동생 김영호 역의 류경수와는 작품 수만 따지면 ‘지옥’, 영화 ‘정이’에 이어 세 번째 함께 출연했다. 김현주는 “‘지옥’ 때는 촬영 거의 막판에 저한테 니킥을 맞고 쓰러지는 것밖에 없었다. ‘정이’ 때도 저하고 붙는 장면이 별로 없었다. 류 배우는 고 강수연 선배님과 많이 연기했다. 그런데 ‘정이’ 촬영이 끝나고 배우들끼리 사적인 자리를 가지면서 친해졌고, 우리가 (강수연 선배님이 세상을 떠나는) 같은 아픔을 겪으며 공통의 감정들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류경수와 친해진 과정을 설명했다. 두 배우 모두 연 감독의 작품에 계속 출연하고 있어 ‘연상호의 페르소나’라는 말을 듣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현주는 “그렇다고 연 감독님이 저희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쓰는 건 아니다.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희가 가깝게 있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며 “류 배우는 30대 초반 친구들 중 확실히 돋보이는 연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김영호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그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후배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현주는 한 작품을 마치면 그 작품을 준비하고 촬영한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쉬며 재충전해 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은 쉼 없이 계속 달렸다. 이제 잠시 쉬었다 가려 한다. 그녀는 “아주 길지는 않겠지만 살짝 쉬면서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올해 연말쯤에는 좋은 작품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현주가 지난해 촬영을 마친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2는 올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