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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담양대숲 청량하다, 초가을 나주들녘 풍요롭다

나주 장성 담양 남도기행
서상균 기자 seoseo@kookje.co.kr | 2023.09.27 18:32
장군은 서성문을 나섰다.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1894년 여름과 늦가을 사이의 일이었다. 수평의 혁명을 이루고자 했지만 역사의 석양으로 들어갔다. 그는 녹두장군이었고 전봉준이었으며 농민군의 맨 앞자리였다. 역사의 자락과 산기슭 가로수 사이 남도를 보고자 나주에서 첫발을 뗐다. 전남도와 전남관광협회의 도움으로 부산의 국내여행사 관계자들과 장성 담양도 아울러 다녔다.


◇지킴과 맞섬의 정신 교차하는 나주

담양 죽녹원. ‘철학자의 길’ 등 원하는 코스를 따로 걸어도 좋다.
천년의 목사골이 나주다. 고려와 조선의 긴 세월 동안 중추 행정 단위인 목(牧)으로 기능한 까닭이다. 더불어 유림의 위세가 컸던 만큼 나주향교의 위용도 못지않다. 태종 7년(1607년)에 세워져 양식과 규모만 따져도 성균관에 견준다. 대부분의 향교가 맞배지붕 형식인 데 반해 팔작지붕의 대성전은 보물 제394호다. 조선 향교의 건축 모범을 보여준다.

금성관은 나주목에 있는 객사다. 조정의 사신을 접대하고 왕정의 덕과 관의 위엄을 세우던 곳이다. 임금의 위패를 두어, 초하루와 보름에 안녕을 기원하던 망궐례를 올리던 곳이기도 하다. 팔작지붕에 앞면 5칸 옆면 4칸의 웅장한 규모이고 조선 시대 객사 중 으뜸이다. 궁궐의 정전과 비슷하게 지어져 보물 2037호로 지정됐다. 금성관의 호방한 초서 편액은 원교 이광사의 솜씨로 보는 견해가 많다. 휘감아 도는 붓의 흐름이 기운차고 현판의 크기도 가로 2m가 넘는다. 금성관의 ‘금성(錦城)‘은 나주의 옛 지명 중 하나다.

나주목사의 살림집인 목사내아 금학헌. 답사팀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금성관은 지킴과 맞섬의 정신이 공존한다. 임진년 왜란 때 김천일은 이곳에서 의병 출병을 알렸고,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에 시해되자 관을 만들어 항일정신을 벼리기도 했다. 나주의 4대 문 가운데 하나인 서성문(西城門)은 영금문(映錦門)이라 불린다. 동학의 전봉준은 목사 민종렬과 이곳에서 협상했지만 실패했다. 새로운 질서를 꿈꾸는 쪽과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쪽의 치열한 싸움. 농민군의 기세는 거침없었지만 나주에서 멈췄고, 승리한 수성군은 이를 기렸다. 금성관 정문 격인 망화루 왼편에 ‘금성토평비’가 있는 까닭이다.

일제 강점기 전국 규모로 확산되었던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출발점 역시 나주다.


◇울창한 메타세쿼이아길 손짓

전남산림자원연구원 내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길.
나주 들녘은 너르고 가을 구름은 황홀했다. 남도의 곳간인지라 땅이 기름지고 문화는 풍성하다. 산제리에 있는 전남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쿼이아가 우람하게 반긴다. 담양의 길도 익히 알려졌지만, 이곳은 호젓하고 울창하다. 원래 광주-목포 도로구간에 심었던 것을 1977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심었다. 여유롭다면 향나무길을 비롯한 연구소의 전체 숲길을 걸어도 좋다. 63만㎡ 땅에 1000여 종 식물을 심었다. 치유의 숲이라 이를 만하다. 벤치에 앉아 가을 편지라도 쓴다면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을지 모를 일.


◇백양사 우화루엔 꽃비 내리네
백양사 쌍계루. 이층 누각이고 백암산 절경을 담은 포은 정몽주 등의 시도 새겨져있다.
한때 애국가의 영상에는 하얀 바위산이 스쳐갔다. 내장산 줄기인 백암산 백학봉이다. 비자나무 가득한 산 아래 천년고찰 백양사가 있다. 스님들이 경전을 독송하면 많은 양들이 몰려온다는 설화가 있지만, 진리와 깨달음을 얻고자 도처에서 몰려 든 스님을 일러 백양이라 했다. 대웅전 편액은 동국진체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 해남 대흥사의 ‘대웅보전’체와 똑같아 집자해서 새긴 느낌이다.

이층누각 쌍계루는 백양사를 ‘핫플레이스’로 만든 주역이다. 1370년 청수스님이 중건할 때 포은 정몽주가 이름을 짓고 목은 이색이 시를 지어기념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내로라하는 시인 묵객이 찾아 글을 보태고 문장을 새겼다. 계곡물에 비친 쌍계루 그림자는 사진으로 남기기 제격. 저마다 디지털 목은이고 포은이다.

봄 백양사에는 꽃비가 내린다. 400년 된 고불매(古佛梅)의 잎들이 비가 되고 부처가 된다, 우화루(雨花樓)와 어우러져 절집 구경의 또 다른 묘미를 준다.

백암산의 가을이 깊어지면 아기 손처럼 작은 단풍나무 잎이 곱게 변신을 한다. 전남관광협회 이춘희 사무국장은 ‘10월 말부터 11월 중순 때면 절정의 애기단풍을 볼 것’이라 귀띔한다.


◇‘죽마고우’랑 댓바람에 느린 걸음

담양의 죽녹원. 여러 번 들러도 설레는 맘은 한결같다. 성안산 16만㎡의 푸른 대숲에 사람이 거닐고, 사람 사이엔 댓바람이 분다. 2.2㎞의 산책로를 걷노라면 죽림욕을 제대로 하는 셈이다. ‘운수대통’도 좋고 ‘철학자’와 ‘죽마고우’도 반기니 골라 걸을 일이다.

죽녹원 건너편 관방제림을 무심히 걷노라면 담양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푸조나무와 팽나무 등 노거목이 관방천을 따라 줄지어선 2km의 제방이다. 부드러운 흙 길이라 맨발로 걷는 이도 있다. 담양에서 순창을 잇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도 큰 키를 뽐낸다. 8월 초부터 불볕더위로 나뭇잎이 화상을 입는 갈변 현상을 보이자, 가로수 보존을 위한 생육환경 개선작업도 한창이다. 가을이 완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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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다시면 회진리 소재. 폐교 부지를 활용한 국내 최대 염색시설. 상설전시장 자료관 판매장을 둘러볼 수 있고 전통염료인 ‘쪽’ 만드는 체험 가능. 관람료 없음. 061-335-0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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