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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처럼 슥슥…‘오일 파스텔’로 내 안의 예술성 깨운다

크레파스와 비슷한 미술도구, 집콕시대 소확행 취미로 인기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2021.01.27 19:27
- 입자 굵지만 부드러운 발색 매력
- 투박하면서도 따뜻하게 표현돼
- 정밀 묘사보다는 풍경화에 적합
- ‘초보 화가’는 정물 드로잉부터

파블로 피카소에 따르면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그래서일까. 부모는 아이가 펜과 립스틱처럼 그릴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동원해 벽과 가구에 닥치는 대로 낙서해도 크게 꾸짖지 않는다. 오히려 “혹시 내 아이가 그림 천재가 아닐까”하며 설렌다. 일필휘지로 휘갈긴 몇 가닥의 선은 왠지 여백의 미가 범상치 않고, 다양한 색상이 무질서하게 교차하는 ‘색칠 범벅 벽지’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거장의 작품 같다. 그러나 슬슬 호랑이를 눈사람처럼 그릴 즈음 아이와 부모 모두 ‘예술’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오일 파스텔은 크레파스와 질감이 비슷하면서도 부드럽게 발색돼 초보도 다루기 쉬운 미술 도구다. 사진처럼 흰 종이에 색상표를 만들어두면 그림과 어울리는 색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된다. 김미주 기자·스쿱 일러스트 스튜디오 제공
이 흐름을 정확히 파악한 피카소는 그래서 이렇게 덧붙였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나이를 먹어서도 예술가로 남아 있는지다’. 집에서도 혼자 해 봄 직한 취미 미술을 통해 어른들의 마음속에 잊힌, 혹은 숨겨진 예술성을 깨워보려고 한다. 피카소가 즐겨 썼다는 ‘오일 파스텔’로 범위를 좁혔다. 스쿱 일러스트 스튜디오 박니나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은은한 발색 풍경화에 제격

오일 파스텔로 그린 그림들. 김미주 기자·스쿱 일러스트 스튜디오 제공
오일 파스텔(Oil pastel)은 색소 분말인 안료에 왁스와 연질유(오일)를 섞어 굳힌 막대 모양의 미술도구다. 크레파스의 정식 명칭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반 파스텔은 안료만 가루를 내 뭉쳐 놓은 것이고, 크레파스는 일본에서 만든 크레용과 파스텔의 합성어다. 박 대표는 “크레파스와 오일 파스텔은 기본적인 성질이 같다. 오일 파스텔보다 저렴한 안료로 만든 게 크레파스라고 이해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오일 파스텔은 물에 지워지지 않아 내구성이 강하다. 대신 그림이 완전히 마르지 않아 완성한 그림을 온전히 보관하기 어렵다. 단단함과 발색 강도에 따라 전문가용과 비전문가용으로 나뉘는데, 비전문가용은 크레파스와 질감이 똑같다. 오일 파스텔만의 느낌을 표현하려면 전문가용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오일 파스텔은 입자가 굵어 거친 느낌을 내면서도 부드럽게 발색되는 게 매력이다. 끝이 ‘뭉개지듯’ 색이 발색돼 직선으로 그어도 처음과 끝의 굵기가 다르게 표현된다. 그래서 정성스럽고 꼼꼼하게 색칠한 그림과 달리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물통이나 붓 등 다른 그림 도구는 필요 없다. 박 대표는 “물감처럼 색을 섞을 필요가 없어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오일 파스텔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입자가 굵어서 정밀 묘사보다는 풍경화처럼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알맞다. 그리고 싶은 그림이나 사진을 모델로 삼아도 좋다. 같은 파란색이라도 연한 파랑과 진파랑 등 톤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색깔을 사용할 건지 종이에 테스트한 후 쓰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이때 흰 종이에 오일 파스텔을 색깔별로 조금씩 칠한 ‘색상표’를 만들어두면 선택 시간을 줄여준다. 색과 색의 경계는 손이나 키친타월 등으로 문지르면 수채화처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정교한 그림은 드로잉으로

보다 정교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드로잉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선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데생·소묘와 비슷한 드로잉은 모든 그림의 기초가 된다. 주변에 있는 연필과 펜 종이만 있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요즘에는 태블릿 PC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많다.

드로잉을 시작할 때는 컵이나 우산처럼 형태가 뚜렷한 사물을 모델로 삼는 게 좋다. 박 대표는 “정확한 형태의 사물을 그려야 선과 선을 연결하는 실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막막한 초보 화가들을 위해 박 대표는 최근 스튜디오 카페에서 온라인 드로잉 챌린지를 시작했다. 챌린지는 매일 오전 10시 카페에 업로드되는 실물 사진과 그 사진의 드로잉을 참고해 직접 그려본 뒤 업로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단순히 드로잉을 따라하는 게 아니라 사진이 어떻게 선으로 바뀌었는지 등을 배울 수 있다. 박 대표는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건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누군가 내 그림을 보고 있다는 긴장감을 느끼지 않아도 돼 자유롭게 선을 그을 수 있다”고 독려했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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