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menu search

픽사 애니메이터가 된 의사…삶의 가치 일깨우는 ‘영혼 치료사’로

‘소울’ 애니메이터 김재형
이원 기자 | 2021.01.20 19:50
- 지난해 BIFF 초청작, 어제 개봉
- 주연 흑인 캐릭터 완성도 공들여
- “재즈 연주 장면 표현 어려웠다”
- 2008년부터 ‘코코’ 등 제작 참여

인간이 태어나기 전에 저마다 다른 성격을 지닌 영혼이 머무는 다른 세상이 있다면 어떨까? 애니메이션 명가인 픽사의 ‘소울’(개봉 20일)은 바로 이런 상상에서 시작됐다. 재즈 연주자를 꿈꾸는 조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의 세계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를 만나 다시 자신의 육체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조와 영혼 22가 삶의 가치를 깨우치며 성장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지는데, 그래서 ‘소울’은 ‘영혼을 풍성하게 해주는 픽사 애니메이션의 정점’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 ‘소울’에서 주인공 조와 22의 캐릭터 작업을 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김재형 애니메이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리고 500여 명의 스태프가 참여해 완성한 ‘소울’에는 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도 있었다. 미국에 있는 그는 최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제가 주로 맡은 캐릭터는 주인공 조 가드너와 영혼 22, 조의 영혼이 들어간 고양이 등이었다. 실사 영화의 배우처럼 화면의 캐릭터에 감정을 넣고 움직이게 하는 일을 컴퓨터로 작업했다”고 ‘소울’에서 자신이 맡은 파트를 설명했다. “제가 작업한 영화를 관객들이 극장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개봉을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을 해서 기쁘다”는 김 애니메이터는 “이 영화가 소울푸드처럼 힐링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되는 것 같아서 좋다”고 극장 개봉 소감을 전했다.

2008년 픽사에 입사한 후 지금까지 ‘업’, ‘토이스토리’ 시리즈, ‘카’ 시리즈, ‘인사이드 아웃’ ‘코코’, ‘온워드’ 등 여러 작품에 참여한 김 애니메이터는 ‘소울’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기존 픽사 영화들보다는 어두운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하지만 계속 작업을 수정해 희망적인 것이 추가되면서 현재의 ‘소울’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특히 주인공이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40대의 흑인 남성이었기 때문에 동양인 애니메이터가 묘사하기엔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아시안인 제가 흑인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피트 다거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은 캠프 파워스가 흑인이어서 흑인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또 흑인 애니메이터들이 흑인 특유의 움직임이나 특징에 대해서 조언을 해줬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모험 ‘소울’.
이외에도 조가 재즈 연주자를 꿈꾸는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재즈에 대한 공부를 해야 했다. 김 애니메이터는 “재즈 피아니스트의 음악과 연주 영상을 많이 봤다. 특히 영화 초반에 클럽에서 오디션을 보던 조가 피아노를 치며 무아지경에 빠지는 장면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 애니메이터는 20년 전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했으나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미국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후 현재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저는 내가 즐겁게 할 만한 일을 찾아갔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면 굉장히 힘들다 해도 열심히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울’이 전하는 메시지가 김 애니메이터가 살아온 삶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는 듯한데, 그는 “‘소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며 감상 포인트를 짚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소울’이 초청됐으나 코로나로 참석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과 함께 “방역 수칙 잘 지키시면서 ‘소울’과 함께 힐링의 시간을 가지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원 기자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페이스북
관련기사
국제신문 뉴스레터

최원준의 음식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