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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산홍엽 곱다해도, 이 가을 난 꽃길만 걸을래

밀양 꽃길 여행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2020.10.21 19:48
# 농부 30년 정성 깃든 ‘꽃새미마을’

- 입구부터 야생화가든·돌탑길 반겨
- 향긋한 허브·세이지 마음 절로 평안
- 비누·향초 제작, 토끼 구경도 해볼만

# 해바라기 등 만개 ‘초동 연가길’

- 낙동강 보며 드라이브·조깅에 제격
- 해질녘엔 노을 물든 황금 갈대 향연

# 왜란 의승장 사명대사 얼 서린 길

- 나라 변고 때마다 땀 흘리는 표충비
- 녹색 우산 펼친 듯 뻗은 향나무 눈길

코로나19로 모든 게 잠식당한 와중에도 철마다 어김없이 꽃이 피고 진다. 자연의 신비와 순리에 새삼 경이로움을 느낀다. 꽃들은 때가 되면 저절로 지천으로 피어나고, 누군가의 정성에 환한 꽃망울을 터트리기도 한다.

가을의 한복판, 경남 밀양을 밝히는 꽃길을 찾았다. 한 농부의 30년 정성으로 탄생한 꽃새미마을과 코스모스 해바라기가 반겨주는 초동 연가길이 목적지다. 가까이 밀양 출신인 의승장 사명대사의 얼이 깃든 곳도 둘러봤다.
경남 밀양 초동 연가길 입구. 차월마을 배수장에서 출발해 반월습지를 지나는 산책길이다. 이맘때 연가길을 찾으면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갈대숲이 반겨준다. 일부 구간은 차로 오갈 수 있어 드라이브하기에도 좋다.
■꽃과 허브, 초록 나무가 반기는 길

초동면 꽃새미마을(참샘허브나라)은 손정태 대표가 1988년부터 가꾸기 시작한 농장이다. 꽃새미마을은 꽃이 샘처럼 1년 내내 피어난다는 뜻이다.

수목원을 연상케 하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샘터, 천년의 샘, 허브가든, 농경유물전시장, 펜션, 풍차, 기찻길, 야생화가든, 돌탑 길까지 거대한 ‘마을’이 펼쳐진다. 3만6363㎡(약 1만1000평) 규모의 커다란 마을은 손 대표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앙증맞은 솟대와 우체통은 물론 작은 이정표까지 모두 손 대표 부부가 직접 만들었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들여 단시간에 크고 화려하게 꾸민 게 아니라, 매일 하나씩 돌탑의 돌을 올리듯 30년 넘게 걸려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농장을 조성했다.
꽃새미마을의 세이지가든. 빨강 파랑 보랏빛으로 만개한 세이지 꽃길이 동화처럼 아름답다.
가을이 완연한 마을은 보랏빛 라벤더와 색색의 세이지 물결로 출렁인다. 80여 종의 허브도 각각의 향기로 마을을 감싼다. 이 중 야생화가든은 손 대표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곳이다. 은은하게 꽃이 번지는 야생화는 인공적으로 키우기 어려워 관리가 까다롭다.

가족 방문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비누와 향초를 만들어보거나 허브를 심을 수 있다. 토끼 10여 마리가 사는 토끼 체험장은 모두에게 인기다. 강아지만 한 크기의 토실토실한 토끼가 낯을 가리지 않고 사람에게 다가온다. 고구마를 주면 오물오물 받아먹는데, 그 모습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꽃새미마을 기찻길.
농장 한편에는 남아메리카에서나 볼 법한 팜파스그라스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갈대나 억새와 비슷하지만 키가 더 크고 커다란 부채처럼 잎이 풍성하다. 세이지가든에 들어서면 빨강 파랑 보라색의 세이지 꽃이 만개해 동화 같은 꽃길을 보여준다. 마을 어디서든 민트처럼 산뜻한 허브 향이 풍겨 갑갑한 마스크 안이 모처럼 향기롭다.

초동 연가길(초동면)은 봄과 가을이면 환상적인 꽃길로 변신한다. 차월마을 배수장에서 출발해 반월습지를 지나는 왕복 5㎞ 정도의 예쁜 산책길이다. 이맘때는 입구부터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행렬이다. 해를 따라다닌다고 해서 해바라기라고 이름 붙여졌다는 말처럼, 모두 한쪽을 향해 꽃잎을 펼친 풍경이 장관이다. 초입부터 일부 구간을 차로 오갈 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좋고, 멀리 낙동강을 바라보며 조깅하기에도 제격이다. 연가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초록 숲과 갈대 숲으로 배경이 바뀐다. 해 질 녘 찾으면 노을에 물든 황금 갈대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의승장 사명대사의 업적을 기린 ‘땀 흘리는 비석’ 표충비를 모신 표충비각.
■사명대사의 정신이 깃든 길

지난 12일 무안면 고라리 사명대사 생가지에서는 사명대사 열반 410주기 추모 제향이 열렸다. 사명대사는 임진왜란 때 의승병 2000명을 이끌고 평양성 탈환의 전초 역할을 담당한 의승장이다. 이곳 생가지에서 사명대사가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마을 뒷산 서쪽에 사명대사의 조부모와 부모의 묘소가 있으며, 인근에 사명대사의 얼을 기린 유적지가 있다.

무안면 무안리 무안파출소 옆에 있는 표충비(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5호)도 사명대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석이다. 사명대사의 5대 법손인 태허당 남붕 선사가 경북 경산에서 채취한 돌을 사용해 좌대 포함 총높이 380㎝, 너비 98㎝, 두께 56㎝의 거대한 비로 건립했다. 표충비는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비석의 4면에 땀방울처럼 물이 맺혀 ‘땀 흘리는 비’로 불린다. 일본에 건너가 조선인 전쟁포로 3000여 명을 데려온 사명대사의 업적을 기려서인지, 사람들은 나라와 국민을 염려하는 사명대사의 영험이 깃들었다고 여긴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 7일 전, 1919년 3·1 만세운동 3일 전 등 시기에 ‘땀을 흘린’ 기록이 남아 있는데, 2011년부터는 보안을 이유로 비석이 땀을 흘린 날짜를 공개하지 않는다.

표충비각 경내에 있는 무안리 향나무는 표충비를 세운 기념으로 심은 나무다. 위로 곧게 자라는 일반 향나무와 달리, 녹색 우산을 펼친 듯 가로로 넓게 뻗은 모양이 독특하다. 가로로 줄기를 뻗은 향나무는 전국에서 이곳밖에 없다고 한다. 표충비 바깥에 조성된 산책길은 밤이 되면 LED 조명으로 오색 길을 밝힌다.

곧 무안면사무소 인근에서도 ‘사명’을 만날 수 있다. 무안면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하는 북카페 ‘사명’이 다음 달 개방된다. 저렴하면서도 맛 좋은 음료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을의 새로운 사랑방이다. 북카페 바로 옆에는 키즈카페와 작은 공연장이 만들어진다. 신영상 무안면장은 “시 낭송이나 무료 영화 상영 등 월별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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