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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에 물든 빌딩, 알록달록 원도심…‘부산 밤’ 매력에 빠지다

박찾사 700회 답사 여행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2020.09.23 19:43
- 18년 역사 ‘박물관찾는사람들’
- ‘부산 야경’ 주제 인문학 여행

- 이기대 북쪽 ‘동생말’ 전망대
- 해 질 녘 광안대교·마린시티 등
- 화려한 풍광의 숨은 일몰 명소

- 영도 핫플레이스 ‘라발스호텔’
- 남·북항 풍경 파노라마로 만끽
- 특이한 외관·가심비 등에 인기

2002년 첫발을 뗀 문화유적 전문 답사 모임 ‘박물관을찾는사람들’(이하 박찾사)이 답사 700회 차를 맞았다.

그동안 전국의 박물관, 예술인의 발자취 등을 누비며 ‘길 위의 인문학 여행’을 표방한 박찾사는 뜻깊은 700회 답사지로 평소 찾던 문화 유적지를 벗어나 ‘부산 야경’을 선택했다. 부산 야경이 전국뿐만 아니라 해외 어느 곳과 견줘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데다 유적지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는 확신에서다. 특히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부산타워 등은 밤이 되면 조명을 켜고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부산 밤바다만의 특별한 감성을 뿜어낸다. 박찾사 답사에 동행해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익숙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부산의 야경을 만끽해봤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부산 남구 이기대의 동생말 전망대에서 바라다보이는 광안대교와 마린시티의 고층 빌딩이 햇빛을 받아 붉게 물든다. 마린시티와 오른쪽 끝 엘시티 사이에 있는 송림공원과 동생말 전망대를 오가며 해안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해상케이블카가 추진 중이다.
■빌딩 숲 가리는 ‘개와 늑대의 시간’

남구 이기대 해안산책로의 북쪽 시작점인 ‘동생말’ 전망대와 인근 해안가 절벽에 있는 ‘백련사’는 부산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일출·일몰 명소다. 해운대 송림공원에서부터 연결되는 해상 케이블카가 추진 중인데 이곳 전망대는 남구 쪽 승강장으로 예정돼 있다. 보통 이기대를 찾는 이들은 한낮에 트레킹하고 스쳐간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시간대에 이곳을 찾으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광안리와 해운대의 색다른 매력을 만난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용호만에서 시작된 광활한 부산 바다를 중심으로 광안대교, 마린시티, 해운대 마천루 빌딩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몰 시간이 되면 하늘에 닿을 듯한 고층 빌딩이 마지막 햇빛을 반사해 화려하게 빛나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바다와 하늘 전체에 번진 석양으로 거대한 빌딩 숲은 황금 옷을 입고 황홀하게 반짝인다. 빌딩 숲을 가까이 지날 때는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박찾사는 제한된 답사 일정 때문에 야경을 즐기기엔 조금 이른 시간에 이곳을 찾아 아쉬움이 남았다.

해가 지고, 밤이 시작됐다. 광안리해수욕장(수영구)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 광안대교는 밤이 되면 LED조명 1만6000여 개가 다양한 빛의 장관을 이룬다. 광안리 해변을 따라 걸으면 시시각각 변하는 광안대교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이곳 해변가에 들어선 식당가는 이른 저녁부터 창가 자리나 야외 테이블이 가득 찬다. 저녁 식사와 함께 바로 앞 광안대교의 야경을 즐기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박찾사도 광안리 야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바닷가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 ‘게스 후’에서 저녁을 먹었다. 게스 후는 1991년부터 이곳 광안리 해변을 지킨 레스토랑이다. 내부 창가 자리에 앉아도 창문 너머 불을 밝히는 광안대교가 보인다. 답사에 참여한 한 회원은 “부산에 살면서도 온전히 야경을 즐길 기회가 없었다. 박찾사 답사를 통해 광안대교가 보이는 곳에서 저녁을 먹으니 특별한 만찬을 대접받는 느낌이다”고 만족해했다.

최근 ‘야경 맛집’으로 떠오른 영도구 라발스호텔 루프탑에서 바라본 남포동을 비롯한 원도심 야경. 영도대교와 부산대교를 좌우로 거느린 이색적인 풍광을 볼 수 있다. 라발스호텔 제공
■별 쏟아지듯, 찬란한 부산의 밤

이어 찾은 라발스호텔(영도구)은 최근 ‘야경 맛집’으로 2030세대에게 입소문이 나며 영도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급호텔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가심비’를 충족하면서 물론, 영도 중심에서 부산 야경을 가장 가까이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을 쌓은 듯한 호텔 외관은 건축미를 인정받아 지난해 부산건축상 은상을 받았다. 원도심 풍경을 객실에서도 파노라마처럼 만끽할 수 있는 코너뷰는 라발스가 자랑하는 시그니처 뷰다. 라발스 이종훈 판촉팀장은 “코로나19로 주춤하긴 했지만, 최근 SNS를 중심으로 야경 특화 호텔로 입소문이 났다. 해양 레저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호텔 29층 루프탑에 오르면 영도다리와 부산대교 부산항대교 남항대교는 물론 남포동 일대 야경이 별이 쏟아지듯 사방에 펼쳐진다. 어느 곳으로 자리를 옮겨도 찬란한 야경이 시야에 가득 찬다. 답사 참석자 중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회원들도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로 야경이 눈부시다.
700회 차 답사에 참가한 ‘박물관을찾는사람들’ 회원들이 이기대 동생말 전망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야경을 더 넓은 시야로 보고 싶다면 천마산 자락 산복도로의 ‘부산항 전망대’를 찾으면 된다. 서구 천해로 산수탕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다. 날씨가 좋으면 일본 대마도도 보인다. 조명 덕분에 멀리서도 부산항대교 부산타워 등과 자갈치시장 부산공동어시장 등을 모두 구분할 수 있다. 라발스호텔에서 보는 야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면, 이곳은 한층 더 멀고 높은 곳에서 부산을 내려다볼 수 있어 아련한 느낌이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한낮, 맞은편 봉래산에서 내려온 거대한 구름이 도시를 휘감는 모습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신비롭다.


# 장순복 박찾사 대표

- “이동거리·주차 등 세심하게 체크… 가성비 좋은 맛집 발굴에도 심혈”
- “부산 관광콘텐츠 경쟁력 확실…건설 추진 해운대 해상케이블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 될 것”

박물관을찾는사람들 장순복 대표
18년 넘게 ‘박물관을찾는사람들’(박찾사)을 이끈 장순복 대표는 여행업 경력 4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그는 700회 답사를 두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

박찾사는 날씨 등의 변수만 없으면 매주 일요일 매번 다른 곳으로 답사를 떠난다. 장 대표에 따르면 박찾사 인터넷 카페 회원 수는 4500여 명이며 그중 매달 최소 1회 참여하는 ‘골든 멤버’만 150명 정도 된다. 풍성한 답사 프로그램 덕분에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장 회장은 전문가의 자문과 직접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답사 코스를 짜고, 두 번 이상 사전 답사를 거친다. 장 대표는 “사전 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현장에 가서 우왕좌왕하게 된다”며 “도보 이동 거리와 주차 여부, 관광버스를 세울 곳까지 세심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전 답사할 때는 특히 해당 지역의 이장 등에게 자문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코스를 짤 때는 ‘음식’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장 대표는 “이름난 명소를 가더라도 밥을 제대로 못 먹으면 여행 만족도가 떨어진다. 여행 테마와 어울리면서 가성비 좋은 맛집을 찾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고 열정을 내비쳤다. 장 회장이 발굴한 ‘맛집’은 다른 여행사에서도 따라 올 정도로 검증됐다. 이 때문에 박찾사의 식사 일정은 도착하기 전까지 비공개다.

전국 곳곳을 여행한 그는 부산 관광 콘텐츠의 경쟁력을 확신한다. 장 대표는 “부산처럼 고층 빌딩 숲과 바다, 원도심 풍경이 어우러진 야경을 자랑하는 곳은 드물다”며 “체류 관광객을 늘릴 수 있는 야경 관광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블루코스트가 해운대 송림공원과 남구 이기대 공원을 잇는 해상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실화한다면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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