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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 선별→ 적당한 로스팅→ 핸드드립, 이쯤돼야 ‘프리미엄 커피’

부산 사상구 ‘루스커피’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2020.08.12 19:24
- 커피머신 없이 순수 ‘손맛’ 보장
- 컵·포트 깨끗이 세척하는 건 기본
- 콩 고르기부터 볶기, 추출까지
- 5가지 원칙 지키며 좋은 맛 유지

- 파나마게이샤 등 희귀 품종 보유
- 비싼 값만큼 스페셜 원두 선보여

- 청년작가 전시·공연 공간 갖추고
- 미술교육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

루스커피(부산 사상구 괘감로) 박순표 대표는 80개국을 다녀보며 다양한 커피 문화를 접했다. 그는 한국 커피 문화는 미국과 일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름난 카페라면 고가의 외국 커피머신이나 관련 제품이 즐비했다. ‘한국산’의 우수성을 익히 알던 박 대표는 의문이 생겼다. ‘비싼 기계가 있어야 좋은 커피를 내릴 수 있는가?’ 가격은 훨씬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우수한 국내 제품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의 자주독립’. 그가 내린 결론이다.

■청결·원칙 지킨 부드러운 커피

루스커피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좋은 커피콩을 선별해 가벼운 로스팅을 거치고, 종이 여과지를 사용해 부드러운 커피를 만들어낸다. 핸드드립에 사용된 컵과 포트 드리퍼 등은 그때그때 깨끗이 세척한다. 루스커피 제공
박 대표는 가장 먼저 기계로부터의 해방을 시작했다. 530㎡(약 160평)의 널찍한 매장을 운영하면서 그 흔한 커피머신 하나를 들이지 않았다. 모두 손으로 직접 내려 커피를 제공한다. 커피를 한 번 내렸다면 컵과 포트, 드리퍼 등은 재사용하지 않고 깨끗이 세척한다.

박 대표는 “커피를 주문했는데 기름이 뜬 것처럼 보인다면 세척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커피의 맛은 90% 이상이 청결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세척을 포함해 5가지의 원칙만 지키면, 누구나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좋은 품종의 커피콩 고르기다. 좋은 커피콩을 구매해도 유통 과정에서 일부 ‘나쁜 손’에 의해 다른 품종의 커피콩이 섞일 수 있다. 이는 커피의 기본을 크게 해친다. 그래서 좋은 커피콩을 쓴다 해도 선별 작업을 반드시 거친다. 불량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커피콩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명품 품종으로 통하는 ‘파나마게이샤’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커피콩은 열을 가해 볶는 로스팅 과정을 거친다. 어느 정도 볶는지에 따라 커피의 신맛과 쓴맛, 농도 등이 달라진다. 너무 많이 볶으면 원두가 타버려 쓴맛이 강하고 너무 약하게 볶으면 커피콩이 가진 풍미를 제대로 끌어내기 힘들다.

루스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러움이다. 이를 위해 로스팅은 과하지 않고 가볍게, 커피콩의 풍미를 끌어낼 정도로만 한다.

커피를 추출할 때 원두 찌꺼기를 걸러주는 여과지는 종이를 쓴다. 융, 면 등 여과지의 종류는 다양한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종이 여과지는 매번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미세한 원두 찌꺼기까지 거를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프리미엄 커피와 문화공연·전시

지난달 카페 매장에서 열린 지역 청년 예술가들의 문화 공연.
우후죽순으로 카페가 늘어나며 한 잔에 1000원 등 저가 커피를 구하기 쉬운 요즘, 루스커피의 핸드드립 커피는 에티오피아 8000원, 온두라스 1만 원, 파나마게이샤 3만 원 등으로 고가에 속한다. ‘프리미엄 커피’ 전략이다.

이 중 파나마게이샤 원두를 다루는 곳은 지역에서 흔하지 않다. 파나마게이샤는 에티오피아 게이샤 마을에서 파나마로 전파된 게이샤 커피 품종을 말한다. 파나마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재배돼 생산량이 적고 값이 일반 커피보다 10배 이상 비싸 ‘명품 커피’로 통하며 꽃 향과 과일 향이 어우러진 풍미로 ‘한 잔의 커피로 신을 만난 것 같다’는 극찬을 받는 커피 품종이다.

박 대표는 “커피산업이 몇 년 새 양적 팽창은 이뤄냈지만 질적 성장은 아직 미흡하다. 커피와 맛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프리미엄 커피’를 지향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루스커피는 디저트에도 ‘프리미엄’을 추구한다. 모든 디저트류는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인공 첨가물은 쓰지 않는다. 김미주 기자
빵과 케이크 샌드위치 등에서도 맛의 ‘프리미엄’ 추구가 드러난다. 일례로, 직접 굽는 순식빵 발효에만 20시간을 쓴다. 박 대표는 “빵을 먹고 소화가 잘되지 않으면 밀가루 탓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발효 과정이 문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 첨가물은 일절 쓰지 않는다. 박 대표가 직접 개발한 바질을 넣은 샌드위치도 별미다.

매장에는 지역 청년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공간도 있다. 또 매월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해 커피 핸드드립부터 아동 미술교육, 플라워 공예, 피아니스트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박 대표는 “지역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볼 기회가 주변에 많지 않다. 작가들에게 재능을 펼칠 공간을 열어주므로써 고객들도 커피와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매일 오전 11시~밤 10시.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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